교육부는 26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대책’에서 유아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연계하는 이음학기 신설이 대표적인 대책이다. 만 5세 2학기에 놀이를 통해 한글 등을 깨치게 하고 초등학교 적응을 돕는 단계다. 올해 하반기까지 4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400곳을 개설하고 내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1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에 가고, 월 100만원이 넘는 영어학원에 다니는 등 유아 사교육 시장이 비대해진 것도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유아대상 사교육 시장을 엄중히 단속하기로 했다.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하고, 이른바 유아 영어학원을 유치원처럼 운영하는 편법 사례를 단속한다. 일부 학원은 ‘실용 외국어’ 교습 학원으로 등록한 뒤 음악, 미술, 체육, 한글 수업 등 유치원과 비슷한 체계로 편법 운영하고 있다.
‘초등 의대 입시반’ 등 신규 사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실태점검도 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공교육 내 교육과정·방과후에서 질 높은 교육·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부가 처벌을 불사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취학 전 영유아가 사교육에 시달리는 현상이 심각한 데다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가계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3조원 이상 증가한 26조원에 달했다. 조사 대상 사교육비는 초·중·고생이 학교 정규교육 과정 외에 사적 수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학원비·과외비·인터넷 강의비 등이다.
초·중·고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7만2000원에서 2022년 41만원으로 5년간 50.9% 급증했고, 학생 1인당 주당 참여시간은 7.2시간으로 전년 대비 0.5시간 늘었다. 어학 연수비나 유아 대상 사교육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이보다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근절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음학기는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늘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원 단속은 퇴행적 접근법”이라며 “유아 시기 교육열은 대입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장 이날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교재에서 ‘킬러’라는 단어만 빼고 다른 단어들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마케팅에 들어갔다.
유아 사교육은 ‘돌봄’의 연장선에 있어 없애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학부모의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이음학교를 열더라도 얼마나 아이를 돌봐줄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맞벌이 부모의 경우 퇴근 전의 돌봄을 위해서라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