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심장’으로 불린다. 1345년 완공된 이 건물은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자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해마다 13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적어도 5년 전에는.
성당이 불길에 휩싸인 건 2019년 4월 15일이었다. 첨탑 보수 과정에 발생한 불씨가 주변에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내부가 대부분 목조로 돼 있는 데다 여러 국보급 유물이 보관된 탓에 진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15시간가량 이어진 화재로 첨탑과 본관 지붕이 소실됐다. 파리 시민들은 센강에 모여 성당이 화마에 당하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봐야 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4년 전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8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예수의 가시 면류관 등 유물이 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한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프랑스 거장 장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연인’(1992)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총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본당과 계단, 테라스, 북쪽 복도를 세트로 재현했다. 화재 이후 미개방 상태인 성당 내부 촬영 허가도 받아 사실감을 끌어올렸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시민들로부터 제보받은 화재 당시 사진과 영상 6000여 점은 영화의 재료가 됐다. 화면을 분할해 성당, 소방대원, 시민 등 여러 사람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이런 편집은 파랑·하양·빨강 세 가지 색상이 동일한 비율로 배치된 프랑스 국기를 연상하게 한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는 긴장감을 더했다. 배우 사무엘 라바드 등은 폭이 50㎝도 채 안 되는 상층부 계단을 60㎏의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간 소방관을 재현했다. 납 구조물이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북측 종탑을 거슬러 올라간 소방대원들의 사투는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 속 장면들은 결과를 미리 아는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보수 공사 현장의 노동자들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비벼 끈다. 경보가 울려도 보안팀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불법 주차 차량에 가로막힌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