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용병 반란이 일깨워준 안보 '타산지석'

입력 2023-06-26 18:08
수정 2023-06-27 06:53
우크라이나전에 참전 중이던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보면 정상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로 진입한 뒤 수도 모스크바의 턱밑인 200㎞ 부근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퇴각했다. 벨라루스의 중재로 반란이 하루 만에 봉합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는 피했지만 전례가 드문 일에 세계가 깜짝 놀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전쟁 중에 총부리를 아군에게 돌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다.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돈으로 용병을 사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수지타산을 따지는 이들에게 애국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하더라도 군율이 이렇게 엉망진창이어서 어떻게 전쟁을 치를 수 있겠나. 게다가 러시아 군 수뇌부와 용병 간 내부 권력 다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적전 분열, 일상적인 군율 이탈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입을 타격은 심각하다. 정보망 및 내부 단속 부실, 우크라이나전쟁 수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푸틴의 리더십 위기와 러시아의 균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군 기강이 엉망일 때 나라를 어떻게 위기로 몰 수 있는지를 이번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권은 나라의 주적도 없애버려 군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다. 총을 들고 싸워야 할 순간에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으면 군인은 존재 이유가 없다. 북한의 가짜 평화쇼에 매달려 한·미 야외 훈련도 없애버려 싸우는 군대 기능을 잃어버렸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우리 군 초소를 겨냥해 총탄을 날려도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안 했다. 그 결과 군 기강이 무너져 철책·목선 노크 귀순 등 대북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고,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한복판을 침투해도 군은 까마득히 몰랐다. 러시아 반란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적어도 안보만큼은 국론을 결집하고, 문 정부의 안보 비정상을 바로잡아 군다운 군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