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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들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2차 총선거에서도 경제 성장을 이끈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를 택하며 재차 힘을 실어줬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중도우파 성향 여당은 1차 총선에 이어 2차 총선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집권 이후 각종 개혁을 통해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킨 인물로 꼽힌다. 2010년대 재정위기 이후 ‘유럽의 돼지’로 비하됐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에서 유권자들이 좌파 포퓰리즘을 버리고 경제 성장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총리의 단독 집권 승부 통했다
그리스 내무부는 이날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40.55%를 득표해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17.84%)을 크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신민당 대표인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임에 성공했다.
신민당은 지난달 21일 치러진 1차 총선에서도 1위를 했지만,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2차 총선을 치르게 됐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그리스의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득표율대로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신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과반인 158석을 얻었다. 시리자는 4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리스 국민의 표심은 2차 총선에서 신민당에 더 쏠렸다. 1차 총선에서 신민당과 시리자의 득표율은 각각 40.79%, 20.07%였지만 2차 총선에선 두 당 간 득표율 격차가 커졌다. 1차 총선 뒤 연정을 구성하지 않는 대신 2차 총선을 통한 단독 집권에 승부수를 띄운 미초타키스 총리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아테네 대통령궁에서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으로부터 단독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받은 뒤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유럽연합(EU) 평균 수준에 가깝게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그리스인들 “경제가 최우선”이번 총선에서 그리스 유권자의 관심은 단연 경제였다. 지난해 도청 스캔들과 올해 2월 열차 충돌 참사, 난민선 비극 등 현 정부의 재집권에 부정적인 대형 악재가 잇따랐지만 막상 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시리자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의 각종 포퓰리즘 공약에도 그리스 국민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리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경제 부흥을 앞세우며 외국인 투자 유치, 최저임금 동결 등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외국인의 그리스 직접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50%로 2002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206%까지 치솟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171%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부채 감소율이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8.4%, 5.9%였다.
재정위기에 시달렸던 PIGS에선 유권자들의 ‘우향우’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과 극우 야당 복스(Vox) 연합이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사회당)에 대승을 거뒀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말 우파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형제당)가 집권했다. 포르투갈에서 8년째 집권 중인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는 경제정책으로는 중도우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리안/장서우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