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에 에어컨 부담"…선풍기 판매 '날개'

입력 2023-06-26 17:51
수정 2023-07-05 16:31
가전업계가 ‘절전형 에어컨’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에어컨도 부담된다며 선풍기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력 에어컨 브랜드인 비스포크와 휘센 타워의 모든 신제품을 에너지 소비 효율 1·2등급으로 내놨다. ‘전기요금 아끼기’에 모든 에어컨 역량을 집중한 마케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비스포크 무풍 시스템 에어컨 인피니트 라인’을 출시했다. 일반 에어컨보다 최대 61%까지 소비 전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기준보다 냉방 효율을 10% 높인 에너지 특화 모델도 내놨다. 이 모델을 쓰면 56.1㎡(17평형) 기준으로 월 7000원가량 전기료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에어컨에 레이더 센서를 달았다. 올해 출시한 LG 휘센 타워 에어컨의 최상위 제품은 레이더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에어컨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이 알아서 ‘외출 절전’ 모드로 바뀐다. 최대 냉방 모드에 비해 약 72%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본격적으로 여름철 더위에 대비하는 5~6월 전체 에어컨 판매량은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6월 22일 에어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반면 선풍기 판매량은 늘고 있다. 올해 5~6월 선풍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직전 2개월과 비교하면 767.8% 폭증했다. 가파른 전기료 인상에 소비자들이 절전형 에어컨조차 부담으로 느끼고 선풍기를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부터 5분기 연속 오르고 있다. 이 기간 인상률만 36.5%에 달한다. 올 3분기엔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이미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크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4인 가구가 하루 9.7시간 에어컨을 틀면 한 달 전기료가 최대 14만원을 넘는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4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가전업계는 울상이다. 계절 가전인 에어컨 특성을 고려할 때 ‘여름철 무더위 특수’를 놓치면 실적을 만회하기도 어려워서다. 특히 에어컨은 판매 단가가 높다. LG전자는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H&A)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