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한화오션 충당금…수백억원 환입 기대감 커져

입력 2023-06-26 17:47
수정 2023-06-27 00:31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출범하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충당금 환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 변경으로 한화오션의 여신 건전성이 상향되면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일부가 환입돼 당기순이익이 늘어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4000억원을 웃도는 충당금을 쌓은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 등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화오션에 대해 건전성을 재분류하는 대로 충당금 환입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회사는 여신 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 이하-회수 의문-추정 손실 5단계로 분류한다. 한화오션의 건전성이 정상으로 높아지면 은행들은 충당금을 덜 쌓아도 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9393억원, 영업손실 125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개선 속에 작년 2분기 1000억원에 가까웠던 영업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30% 넘게 뛰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 완료에 따라 2분기 한화오션에 대한 건전성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조선가(새로 발주된 배 가격) 지수가 2006년 초호황기 수준까지 상승해 실적 개선 기대도 큰 분위기”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한화오션 관련 여신 충당금이 KB금융(1500억원) 하나금융(1500억원) 우리금융(670억원) 신한금융(300억원) 기업은행(175억원) 등 모두 41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의 여신 건전성이 정상으로 분류되면 충당금 환입으로 은행 순이익이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 늘어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439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4조3718억원)보다 1.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추가 충당금 적립 권고 등을 감안하더라도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