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엔비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볶음면 신제품을 냈다. ‘오리지날’, ‘허니콤보’ 등 탄탄한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치킨사업에 집중해 온 교촌치킨이 치킨 이외의 메뉴로 확장한 것에 외식업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복귀 후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소스 사업 강화의 일환이자 소비자 접점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교촌치킨이 출시한 볶음면 신제품 ‘교촌 시크릿 볶음면’ 2종(교촌 레드시크릿 볶음면·교촌 블랙시크릿 볶음면)을 유통업계 최초로 공개하고 이날부터 판매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교촌치킨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만든 용기면으로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에 들어가는 비법 소스가 함유됐다. 맵고 달고 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에 출시된 매운 컵라면은 많지만 그 주체가 교촌치킨이라는 것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권원강 회장 체제 하에서 수 년간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경영진들에게도 점포수 확장보다는 가맹점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해왔다고 알려져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무리한 사업확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경쟁사 대비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것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이 2021년 ‘문베어브루잉’을 150억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년간 교촌치킨의 움직임은 정체돼있었다. 수제맥주 사업 또한 치맥(치킨+맥주) 문화 확대에 맞춰 가맹점포의 수익성 증대 방안으로 선택한 신사업이다. 지난해 ‘1991라거’에 이어 올해 수제맥주 2종 추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교촌에프앤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후 권 회장은 외식과 간편식으로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복귀 당시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G), 소스(S), 친환경(E), 플랫폼(P)을 제시하며 소스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레드소스, 간장마늘소스, 허니소스 등 시장에서 대히트했던 소스 개발 이력을 바탕으로 소스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두고 치킨업계에서는 교촌치킨이 소비자 소통에 나섰다고 해석하고 있다. 원부재료 가격 상승, 배달료 등으로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치킨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발현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이달 초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는 붓으로 소스를 바른다는 컨셉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교촌필방’이라 이름 붙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식 치킨을 알리기 위해 성수나 홍대가 아닌 이태원에 자리를 잡았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치킨 조각에 붓으로 소스를 일일이 바르는 과정을 고집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30년이 넘은 브랜드인 만큼 10~20대 새 고객도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