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OTT)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체 콘텐츠를 발판 삼아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시도 중이다. 현대차그룹, 티맵모빌리티 등과의 협력을 통해 TV와 스마트폰 이외의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하는 웨이브
웨이브는 2019년 9월 출범한 OTT 플랫폼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운영하던 OTT ‘푹(POOQ)’과 SK텔레콤 계열의 OTT ‘옥수수’를 통합했다. 국내 주요 OTT 플랫폼 간의 첫 통합 사례로 손꼽힌다. 지상파의 콘텐츠 생산력과 SK텔레콤의 마케팅 및 투자 지원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었다.
웨이브는 출범 당시 국내 OTT로는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혔다. 투자 규모는 2021년 1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국내 콘텐츠 산업과 동반성장 하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을 모바일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외 대작 콘텐츠로 차별을 꾀하고 있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30만편 이상의 풍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인기 영화, 독점 오리지널 시리즈 등이 웨이브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 초기는 ‘모범택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검은 태양’, ‘오월의 청춘’ 등 방송사 제작 콘텐츠에 투자한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자체 오리지널 작품을 늘리고 있다. 특히 2021년 5월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웨이브’를 설립한 뒤 ‘트레이서’, ‘약한영웅:클래스1’, ‘박하경 여행기’ 등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공개된 ‘박하경 여행기’는 매회 25분 남짓의 미드폼 드라마로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하루 동안 여행을 떠나는 유랑기를 담아 호평받았다.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로 ‘힐링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피의 게임 시즌2’도 인기를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픈 기간 중 4주 연속으로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제치고 웨이브 신규 가입자를 가장 많이 끌어모은 콘텐츠로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UAM으로 영역 확대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작년 12월 인수한 미주 지역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거점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 중이다. 코코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미주지역 30여개국에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미주지역 가입자에게도 주요 방송콘텐츠와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 및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규모 있는 글로벌 미디어사들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박하경 여행기’의 경우 지난달 코코와는 물론 NTT도코모의 OTT 서비스 ‘레미노’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 미주지역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티맵모빌리티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커넥티드카에 OTT 탑재를 협력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차량에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스트리밍 플러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주차 또는 캠핑·차박, 전기차 충전 시 차 안에서 휴식하며 영상을 볼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의 차량용 서비스 티맵오토가 적용된 차량에도 차량용 OTT 서비스 공급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 시장의 화두인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도 웨이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에는 자율주행차와 UAM이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 서비스 개발·공급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6억8116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558억2223만원)보다 두 배 이상 적자 규모가 커졌다. 콘텐츠 비용으로 2110억원을 쓴 영향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당장 1~2년 내 흑자 전환을 예상하지는 않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통해 반전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