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MC' 유재석 30억 투자해 안테나 3대 주주됐다

입력 2023-06-26 17:30
수정 2023-06-26 17:47
이 기사는 06월 26일 17: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 MC'이자 인기 연예인인 유재석 씨가 약 30억원을 투자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이자 컨텐츠제작사인 안테나의 3대 주주에 올랐다. 그동안 소속 기획사들의 구설수로 속앓이를 해온 유 씨가 직접 소속사에 주주가 된 첫 사례다. 유 씨는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음악 제작사로 출발한 안테나의 본격적인 예능 콘텐츠 분야 확장을 돕기 위해 자신이 먼저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석, 안테나 3대주주 올라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재석 씨는 지난 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부터 자회사인 안테나 주식 2699주(지분율 20.7%)를 3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날 32억원을 투자해 지분 21.37%를 확보하게 된 2대 주주인 유희열 안테나 대표에 이어 3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그간 유 씨가 안테나 내 별도의 임원 등을 겸직하고 있지 않아 투자 사실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유 씨와 유 대표는 2021년엔 안테나의 모회사인 카카오엔터가 단행한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해 카카오엔터 주주에 올랐다. 추후 안테나가 직접 상장하거나 안테나의 성장을 기반으로 카카오엔터가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유 씨도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유재석 씨의 지분 매입을 이례적인 행보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몸담았던 소속사들이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들에 휩싸이면서 자신의 지분 투자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유 씨는 2004년 자신 외에도 강호동 신동엽 등 유명 연예인을 대거 보유했던 코스닥상장사인 디초콜릿이앤티에프와 계약을 맺었지만, 최대주주가 무자본 M&A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회사가 상장폐지됐다. 유 씨도 횡령 문제로 장기간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겪었다. 이후 2010년부터 개인 소속사를 차려 활동하다 2015년 FNC엔터테인먼트로 이직했지만 다른 소속 연예인들과 달리 수차례 소속사 지분 매입 권유를 거절했다.

이번 안테나의 투자 유치에선 유재석 씨가 유희열 대표와 오랜기간 논의 끝에 자신의 지분매입을 카카오 측에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싱어송라이터인 유 대표가 1997년 창업한 안테나는 유 대표가 2021년 카카오엔터에 지분 100%를 약 100억원에 매각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9일 유 씨와 유 대표가 일부 지분을 재매입해 지금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유 씨는 그간 안테나 내 제작 영역 중 자신의 전문 분야인 예능 등 콘텐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안테나의 영상 분야 진출과 후배 양성에 힘을 써 왔다. 더 나아가 직접 회사에 주주로 등재해 안테나 성장을 도우려는 차원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엔터 사업 지형도 바뀐다 유 씨의 참전으로 카카오의 숙원사업이던 차세대 ‘엔터제국’ 만들기도 가시화됐다. 엔터·콘텐츠 업계에서는 ‘IP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식재산권(IP)확보가 사업 확장의 핵심이다. IP는 웹툰 등 창작물에 부여한 권리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영향력 있는 배우와 아이돌 등도 IP로 분류하기도 한다. 카카오엔터가 지난 1월 약 1조2000억원의 해외 투자를 유치한 뒤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IP확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유 씨의 적극적인 참여로 예능 쪽 IP확보에 큰 동력을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엔터는 사업을 크게 웹툰·웹소설이 속한 ‘스토리’ 부분과 K-POP이 속한 ‘뮤직’, 영화와 예능을 관리하는 ‘미디어’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안테나 등 연예기획사를 통해 ‘미디어’와 ‘뮤직’ 분야를 대폭 강화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플랫폼이 생겨나면서 한국 연예인들의 글로벌 진출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유 씨 본인도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를 통해 디즈니플러스에 진출했다. 뮤직 부문에선 연초 인수한 SM엔터와 인기 아이돌그룹 아이브를 보유한 스타쉽엔터, 아이유 씨가 소속된 이담엔터 등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IP를 선점하고 있다.

음악소속사로 출범한 안테나는 지난해 독립 예능 스튜디오 '안테나 플러스'를 통해 유튜브 채널 ‘뜬뜬’을 개설하고, '핑계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는 등 제작 영역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유재석 씨의 주주 합류로 컨텐츠 영역에 적극적인 확장 의지를 밝히고 있는 카카오엔터와 카카오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안테나는 기존 소속해있던 정승환, 루시드폴, 권진아, 정재형, 샘김 등의 가수는 물론 최근 이효리와 이상순 씨도 영입하면서 세를 넓히고 있다.

차준호 / 배정철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