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코스' 포천힐스CC…굿샷엔 보상, 미스샷엔 응징

입력 2023-06-25 18:45
수정 2023-06-26 00:19

2019년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무대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로 옮긴 이후 우승자가 일찌감치 결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섯 차례 대회 중 두 번은 연장전까지 가서야 승자가 가려졌고, 세 번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사람이 결정됐다.

대회 때마다 ‘드라마 같은 명승부’가 펼쳐지는 이유는 포천힐스CC의 코스에 있다. 티샷이 흔들리면 어김없이 깊은 러프나 벙커에 빠지고, 페어웨이를 지키면 편안한 세컨드샷이 보장되는 코스여서다.

‘굿샷에는 짜릿한 보상, 미스샷에는 철저한 응징’이 구현된 변별력 있는 골프장이어서 순위 변동이 잦은 편이다. 마지막 날 출발할 때 순위가 그대로 최종 순위가 되는 ‘밋밋한 승부’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들도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을 들어 올리려면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점에서 드라이버샷을 최대한 멀리 보낸 뒤 짧게 남은 거리를 웨지샷으로 공략하는 ‘밤&가우지(bomb&gouge)’ 전략을 쓰는 방신실(19)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방신실은 이 대회 1·2라운드 파5홀 비거리가 평균 266.56야드에 달했다. 전체 평균(243.73야드)보다 22.83야드 더 보냈지만 커트 통과에 실패했다. 10개 홀 가운데 5개 홀에서 페어웨이를 놓쳤기 때문이다.

‘포천힐스CC의 악몽’으로 꼽히는 12번홀(파4)은 올해도 선수들을 괴롭혔다. 개울(앞), 워터 해저드(왼쪽), 벙커(오른쪽)로 구성된 ‘3종 함정세트’에 여러 선수가 무너졌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 홀의 평균타수는 4.26타였다. 파만 해도 잘한 홀이었다.

이가영(24)도 이 홀에서 발목을 잡혔다.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하며 시즌 첫 승을 노리던 그는 11번홀까지 1타 차로 선두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12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다. 긴 중지 러프에 빠진 공은 클럽에 정확히 맞지 않았고 두 번째 샷 역시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한번 러프에 빠졌다. 이가영은 결국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고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국적 루키 리슈잉(20)도 12번홀의 제물이 됐다. 티샷이 왼쪽 페널티 구역에 빠지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굿샷에는 그에 걸맞은 상을 줬다. 최종 라운드에서 243야드짜리 파4홀로 세팅한 8번홀이 그랬다. 이가영과 이제영(22), 김지현(32)은 드라이버를 똑바로 날려 원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만들어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