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실력·스케일 완벽하게 빛났다…감동의 '컴백 전야제' [리뷰]

입력 2023-06-25 18:55

명불허전 실력과 감동, 퀄리티다. 샤이니(SHINee)가 6년 9개월 만에 오른 콘서트 무대에서 '공연 강자'임을 재입증했다. 컴백을 앞두고 신곡 무대까지 대거 베일을 벗은 완벽한 '컴백 전야제'였다.

샤이니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을 개최했다. 지난 23~24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다.

샤이니가 국내에서 대면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건 2016년 9월 '샤이니 월드 V' 이후 무려 6년 9개월 만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3일간 총 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현장에서는 데뷔 16년 차 샤이니의 변함없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객석을 꽉 채운 팬들은 앞서 키가 언급한 드레스 코드를 갖춰 입고 설렘과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흰색 티셔츠에 머리끈·스카프·액세서리 등으로 민트색 포인트를 준 샤이니 월드(공식 팬덤명)로 인해 객석에서는 하늘색 물결이 일렁였다.

공연은 5분 지연 시작했다. 오프닝은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열었다. 무대 상단부에서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장치를 타고 내려온 샤이니는 단번에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샤이니의 콘서트는 팬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기립하는 이른바 '스탠딩 콘서트'로 유명하다. 이날도 어김없이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에너지 가득한 응원을 보냈다.

온유가 건강상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민호·키·태민 세 멤버는 보컬·퍼포먼스까지 빈틈없는 실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케미스트리'에 이어 '드림걸(Dream Girl)', '하트 어택(Heart Attack)', '아틀란티스(Atlantis)'와 신곡 '라이크 잇(Like It)'까지 오프닝에서만 5곡을 잇달아 소화했다.


무대 스케일이 놀라움을 안겼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뻗어 나온 중앙 무대와 전면·좌·우의 돌출 무대로 규모감을 키웠다. 멤버들이 타고 등장했던 지름 6m의 우주선 오브제는 중앙 무대 위에서 조명 타워로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배가하는 역할을 했다. 넓이 24m의 중앙 무대는 상승·회전하며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했다. 메인 스테이지 양옆에 있는 LED 스크린 크기는 가로 44m, 세로 12m에 달해 보는 재미를 키웠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SM 퍼포먼스 디렉터 황상훈이 맡았다.

'드림걸'에서는 팬들의 떼창과 화려한 폭죽이 공연장의 온도를 끌어올렸고, '라이크 잇'을 부르던 멤버들은 돌출 무대로 뛰어나가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키는 "오프닝 섹션부터 각 지역의 분들을 찾아다니며 오픈런을 했다. 남은 시간 동안에도 각지에 있는 분들을 많이 찾아뵙겠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의 부제는 '퍼펙트 일루미네이션'이다. 이에 대해 민호는 "온전히 공연장 안에서 발생하는 빛과 음악, 호흡만으로 만들어지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태민은 "부제를 완벽한 빛이라고 정했다. 매 공연마다 분위기가 다 다른데 팬들이 '퍼펙트 일루미네이션'에 걸맞게 만들어주셔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스탠딩이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날씨도 더운데 응원해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와주신 것에 감사해요."(키)
"마지막 날이라 체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아낌없이 불태울 수 있어요."(태민)
"마지막 공연인데 이 한 몸 불살라버리겠습니다."(민호)


감사함과 당찬 포부가 깃든 외침이 공연장에 퍼지며 본격적으로 샤이니 표 '빛의 향연'이 이어졌다.

'데리러 가', '셜록(Sherlock)', '돈트 콜 미(Don't Call Me)', '에브리바디(Everybody)', '뷰(View)', '산소 같은 너' 등 히트곡 무대가 쉴 틈 없이 펼쳐졌다. 특히 샤이니의 퍼포먼스는 난도가 높고, 체력 소모도 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세 멤버는 16년 차 내공으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쏟아냈다. 강렬한 레이저·폭죽·불 효과가 샤이니의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며 혼을 쏙 빼놨다.

공연 중간 민호가 내뱉은 "샤이니는 미쳤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레와 같은 팬들의 떼창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하루 뒤인 26일 발매하는 정규 8집의 곡을 무려 6곡이나 선공개하며 '혜자로운' 공연의 방점을 찍었다. 타이틀곡 '하드(HARD)'는 물론 수록곡 '라이크 잇', '스위트 미저리(Sweet Misery)', '쥬스(JUICE)', '아이덴티티(Identity)', '더 필링(The Feeling)'의 무대를 팬들에게 먼저 선보이며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퍼포먼스만으로 샤이니를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샤이니는 댄스곡 외에 발라드나 미디엄 템포의 수록곡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밴드 퍼포먼스 이후 분위기가 한 차례 전환됐다. '방백', '빈칸', '너와 나의 거리', '너의 노래가 되어', '재연'까지 샤이니를 '수록곡 맛집'으로 만든 명곡들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져 감동을 안겼다. '누난 너무 예뻐'도 밴드 버전으로 감미롭게 변형해 불렀다.

앙코르 전 공개된 정규 8집 타이틀곡 '하드'의 무대는 파격의 끝이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빠져들다가 이내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힙합 비트가 나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태민은 "내일 앨범이 나온다. 여러분과의 설레는 활동이 남아있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고, 민호는 "24시간도 안 남았다. 오늘 들은 신곡 말고도 좋은 수록곡이 많다. 정규 8집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공연을 마치며 태민은 "감히 완성도 높은 공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시간에 많이 쫓기면서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구현했다는 건 스태프분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준비했다는 거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앙코르까지 샤이니다웠다. 세 멤버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히치하이킹', 청량한 무드의 '런어웨이'로 콘서트의 여운을 길게 남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