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연 삼성물산. 이 회사는 이후 서울과 경기도로 본사를 계속 옮겨 다녔다. 종합상사 특성상 해외 출장·파견이 잦았다. 본사도 자주 바뀌며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도 많다. 이 회사가 오는 8월 서울에 '태평로 명당'에 자리를 잡는다. 연간 임차료만 100억원이 넘는 곳이다. 하지만 반기는 직원들이 적잖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오는 8월 삼성본관빌딩 건물주인 삼성생명과 건물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계약기간은 오는 8월 1일부터 2028년 7월 31일이다. 삼성물산은 연간 임차료로 102억원을 지급한다. 임대 보증금으로 85억원도 따로 지급한다. 월세로 단순 계산하면 9억원가량을 내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향군타워 동관에 자리를 잡은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오는 8월부터 삼성본관으로의 이전 준비를 시작해 11월까지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 상사부문 직원 수는 750명이다. 협력사 직원과 임원까지 합치면 900여 명이 이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빌딩이 1976년 준공된 것과 동시에 입주한 바 있다. 1998년 이 회사는 바로 옆 태평로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이후 태평로빌딩에서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삼성플라자,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을 거쳐 2016년 향군타워로 이전했다.
삼성본관빌딩은 이웃인 부영태평빌딩(옛 삼성생명 본사), 신한은행 본점과 함께 재물 운이 넘치는 풍수지리 명당으로 꼽힌다. 이 일대는 조선 후기 돈을 찍어내던 전환국 자리다. 재물 운이 풍성하다는 소문에 따라 한국은행은 이 건물에 입주한 2019~2021년에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본관은 근방의 한 빌딩과도 자주 비교된다.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케펠자산운용이 최근 한은으로부터 1409억원에 사들인 한은 소공동 별관 건물이다. 소공동 별관은 지하 1층~지상 13층 빌딩으로 1965년 건설됐다.
당시에는 흔치 않던 10층 이상 건물로 준공식 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건물을 쓰던 옛 상업은행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휘말려 은행장이 구속된 데 이어 명동 지점장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건이 이어지자 나쁜 풍수지리 탓이라는 구설수가 돌았다. 서울 소공동에 자리 잡은 상업은행 본점 건물이 남산 3호 터널에서 나오는 나쁜 ‘기(氣)’를 정면으로 받는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다.
1994년 당시 상업은행 정지태 행장이 집무실 집기를 터널 반대편으로 돌리기도 했다. 한은도 해당 건물을 매입한 이후 직원들의 화재 사고와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출입문 위치를 3호 터널과 마주하는 정면에서 한은 본관을 바라보도록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