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입니다. 구해주세요."
상장 1주년을 맞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코난테크놀로지가 '코난GPT(가칭)'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코난GPT 개발을 위해 올 초 거액을 들여 엔비디아의 장비도 들여왔다. 주가는 AI 챗봇 '챗GPT'가 띄운 AI 열풍에 올 1~2월 두 달 동안 무려 400% 넘게 뛰기도 했지만, 실적 부진 속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상승 구간에서 이 회사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난테크놀로지의 전일 종가는 7만200원이다. 올해 2만원대로 출발한 주가는 반년 새 약 3배(149%) 급등했지만, 올 초 15만원대(2월 28일 장중 고가 15만7700원)까지 고점을 높였던 만큼 현재의 주가 상황은 일부 투자자에겐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 1조원을 바라봤던 시가총액도 이젠 3987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는 공모가(2만5000원) 대비론 181% 웃돌고 있다. 챗GPT 업고 두 달 동안 414% '껑충'코난테크놀로지는 작년 7월 7일 상장했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분위기는 좋았다. 기술력이 높이 평가되면서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텍스트, 음성, 영상 등을 인식하는 AI 원천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한국항공우주(KAI)와 SK텔레콤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전략적투자자인 점,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다. 상장 직전 2년(2020~2021년) 동안 이익을 내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상장 이후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자 주가는 한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그러다 작년 11월 챗GPT 등장이 주가 폭등의 계기가 됐다. AI 기술 기업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렸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올 1~2월 두 달 동안 414% 올랐다. 이 기간 또 다른 AI 관련주인 셀바스AI와 알체라도 각각 336%, 166% 급등했다.
하지만 증시 자금이 2차전지로 쏠리면서 AI 테마주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거래량도 저조하다. 이번주 5거래일(19~23일) 거래량은 일일 기준 모두 5만주 아래였다.
실적 부진도 문제가 됐다. 올 1분기 회사는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 직전 해인 2020~2021년 흑자를 유지했지만, 상장하고 나서 되레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공공 부문의 발주가 일부 지연된 데다 경기 침체로 AI 관련 투자가 줄어들었지만, 개발 인력 확대로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지난해 코난테크놀로지의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코난GPT 공개, 반등 모멘텀 되나
회사는 생성형 AI '코난GPT'로 재도약에 나선다. 코난GPT는 기존 챗GPT의 한계로 지적되는 '할루시네이션(거짓정보를 사실처럼 얘기)'과 보안 문제를 극복해 개발되는 게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중요한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생성형 AI가 틀린 답변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이슈로 인해 답변을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는 답변의 정합성이 중요한 공공 분야에서 사용에 큰 허들이 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코난GPT 개발 가속화를 위해 올 2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 장비 8대를 발주해 이달 들여왔다. 코난GPT와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는 엔비디아의 H100와 같은 초고속·저전력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코난GPT는 올해 3분기 발표되며 향후 기업과정부간거래(B2G)과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 여성가족부, 법무부, 국세 등 공공기관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전체 계약 수주잔고 금액은 2021년 말 약 50억원 수준에서 올 1분기 말 156억9200만 규모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회사는 기존의 구축형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SaaS 솔루션 매출 확대가 성장을 견인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 KAI 등 주요주주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KAI와는 AI 기술력을 항공·방산 분야에 접목하고 미래 전장 산업 성장 모멘텀 강화를 위해 관련 계약들이 순차적으로 체결될 예정"이라며 "SK텔레콤과도 AI 전문 인력 교류 및 활용을 통해 다양한 AI 프로젝트들이 협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올 2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 반등은 실적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란 게 증권가 시각이다. 올 하반기 예정된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출시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 호실적에 따른 수혜가 AI 서비스 업체보단 반도체 쪽으로 향했다"며 "AI 테마, 실적 개선이 동반돼야 주가가 이전 고점 수준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적자에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개발 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비롯해 엔비디아 장비 발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 점은 우려 요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엔비디아 장비 비용 반영 시기에 대해선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