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1라운드가 열린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 올 시즌 최고 스타로 떠오른 ‘슈퍼 루키’ 방신실(19)이 3번홀(파5) 티잉 구역에 들어서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앞서 필드에 나선 박민지(25), 박현경(23) 조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이날 포천힐스CC에는 평일인데도 2500명가량의 갤러리가 함께했다. 올해 KLPGA 대회 우승자 12명(해외 투어에서 뛰는 최혜진 제외) 모두 도전장을 내 명승부가 예고된 덕분이다. 뛰어난 접근성과 화창한 날씨도 한몫했다. 주최 측은 “지난해보다 첫날 갤러리가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올 때마다 감동 주는 코스”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은 KLPGA투어에서 갤러리가 가장 많이 모이는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 어느 지역에서든 한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서 열리는 데다 올 시즌 우승자 전원을 비롯해 박현경, 이가영(24), 이소미(24) 등 톱 플레이어들이 승부를 겨루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현승 씨는 “18세 때 골프대회 진행요원으로 아르바이트하면서 골프의 매력에 눈을 떴다. 갤러리로 8개 대회를 가봤는데, 접근성이나 코스의 다양성 측면에서 포천힐스가 단연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포천에서 사업을 하는 임학수 씨는 “지난해 포천힐스CC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했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에서 프로들이 어떻게 경기하는지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포천힐스CC에는 2030 갤러리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 골프에 입문해 푹 빠진 이들이다. 한 30대 부부는 “잔디를 밟으며 자연을 눈에 담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눈 레슨’을 받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온 표찬미 씨(36)는 “임진희 프로의 스윙을 좋아한다. 작은 몸으로도 하체를 탄탄하게 사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경기장에서 직접 스윙 리듬과 몸을 사용하는 법을 눈에 담고 있다”고 했다. 한 갤러리는 박민지의 퍼팅을 유심히 살펴본 뒤 그가 그린을 떠나자 퍼팅 스트로크를 따라 하기도 했다. ○팬들 응원전도 ‘후끈’화끈한 응원전도 현장에서의 볼거리였다. 포천힐스CC로 들어가는 도로 초입부터 선수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빼곡하게 자리 잡았다. ‘포천의 딸 서연정 프로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방글방글 방신실 프로 파이팅’, ‘민지천하 -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정하게’ ‘큐티풀(박현경의 별명)은 사랑입니다’ 등 선수들의 개성만큼이나 응원 문구도 다채로웠다.
대회장 안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와 직전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홍지원, 현재 상금랭킹 1위인 박지영이 맞붙은 경기 조에는 수백 명의 갤러리가 따라다니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박민지 팬들은 그의 사진을 새긴 커다란 플래카드를 흔들었고, 박지영의 팬들은 보라색 배경에 박지영 얼굴을 새긴 부채로 맞섰다. 박민지 응원 현수막을 든 박모씨는 “박민지 프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 오늘 회사에 연차를 냈다”고 했다.
방신실을 응원한다는 김민지 씨는 “경사가 꽤 있지만 선수들의 플레이에 몰입해서 보다 보니 힘들지 않다. 날씨가 덥지만 방 프로의 티샷을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팬들의 응원은 선수를 춤추게 했다. 루키 고지원(19)은 1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2m 옆에 붙여 멋진 버디를 만들어냈다. 갤러리들이 “나이스 버디”를 외치며 축하하자 고지원은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박민지는 “더운 날씨에 계속 현수막을 들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보면 힘도 나지만, 죄송스럽기도 하다”며 “저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박종관/이선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