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었다…타이태닉 잠수정 폭발로 5명 전원 사망

입력 2023-06-23 18:12
수정 2023-07-23 04:08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 관람을 위한 심해 잠수정(사진) 투어에 나선 탑승자 다섯 명이 전원 사망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생존자 구조를 위해 북대서양 일대를 수색했으나 잠수정은 실종 나흘 만에 산산조각이 난 채 발견됐다. 20세기 초 1500여 명이 사망한 비극의 현장에서 111년 만에 반복된 사고 사망자 중엔 타이태닉호 희생자의 손자사위도 있었다. 희생자들은 인당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의 요금을 내고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불과 두 시간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현지시간) 바다 밑 타이태닉호 뱃머리에서 488m 떨어진 곳에서 타이탄호의 선체 꼬리 구조물 등 잔해를 발견하고, 탑승자들이 사망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투어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61)는 1912년 타이태닉과 함께 수장된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의 소유주 이시도어·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 고손녀의 남편이다. 영국 항공기 서비스 기업 액션항공 해미시 하딩 회장(58), 파키스탄 재벌가의 샤자다 다우드 전 엔그로 코퍼레이션 부회장(48)과 그의 대학생 아들 술레만(19), 프랑스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77)도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 나졸레는 타이태닉 잔해 독점 인양권을 가진 기업 ‘RMS 타이태닉’의 수중탐사국장으로 북대서양 바다를 35차례 이상 잠수했었다.

타이탄호는 지난 18일 잠항에 나선 지 1시간45분 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타이탄은 길이 6.7m에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제작된 잠수정이다.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최대 나흘간 잠항해 해저 4000m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종 후 생존자 구조를 위해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 정부는 함정과 해상 초계기는 물론 잠수함까지 동원해 전방위 수색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타이탄은 압력실에 문제가 생겨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졌다. 잠수정 꼬리와 착륙 프레임의 잔해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잠수정이 조각났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오션게이트의 임원이 잠수정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회사와 소송을 벌였다. 해양학자와 다른 잠수정 기업 임원 등 30여 명은 오션게이트에 서한을 보내 잠수정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서한을 보낸 윌 코넨 해양과학기술학회 유인잠수정위원장은 NYT에 “오션게이트는 ‘규제가 혁신을 억압한다’며 안전 테스트 권고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2020년엔 잠수정 선체에 반복 피로 흔적이 발견돼 재조립한 뒤 비파괴검사를 생략하고 자체 테스트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타이태닉호 침몰 사건을 영화로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번 사고가 타이태닉호 참사와 비슷하다는 점에 충격받았다”며 “같은 장소에서 안전 경고를 무시한 뒤 비극이 벌어졌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