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4000만원 찍었다…파월·블랙록이 쏘아올린 불장

입력 2023-06-22 18:15
수정 2023-06-23 02:31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를 겨냥하면서 급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신청한 데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권은 물론 Fed까지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파월 효과에 힘 받은 비트코인 22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날 대비 0.7% 오른 3944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새벽에는 4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11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난 19일부터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불과 나흘 새 14.4%(497만6000원) 급등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파월 효과’가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화폐의 한 형태(a form of money)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고정된 암호화폐로 테더 USD코인 등이 해당한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모든 선진국에서 화폐에 대한 신뢰의 원천은 중앙은행”이라며 “우리는 연방정부가 강력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암호화폐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악재보다 호재 많아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 SEC가 글로벌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제소하면서 3400만원대로 하락했다. 2주 뒤인 14일 Fed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내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자 장중에는 310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다시 힘을 받은 것은 블랙록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계획을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재 미국에선 비트코인 선물 ETF만 허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레이스케일, 반에크,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블랙록과 함께 글로벌 투자기업 인베스코도 비트코인 ETF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DCX의 국제시장 책임자 비제이 아야르는 “대형 기관의 잇따른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 발표로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강세가 찾아왔다”고 했다.

여기에 시타델증권,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등 월스트리트의 6개 금융회사가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거래소 EDX가 지난 20일 출범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를 시작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 알파임팩트의 공동 설립자 헤이든 휴즈는 “이번 랠리는 기관 수요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며 “블랙록의 ETF 발표와 EDX 출범은 이들 기관이 암호화폐 시장에 깊이를 더할 것이라는 기대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을 이전보다 크게 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이를 운용하는 기관은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SEC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바이낸스 소송 리스크도 암호화폐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