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회원 60%가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습니다. 특히 로맨스 장르는 콘텐츠 소비의 90%가 한국 밖에서 이뤄집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행사에서 “그동안 한국 창작자들과 넷플릭스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는 겉핥기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韓 콘텐츠 5개 중 하나는 신인 작품”
넷플릭스는 ‘비주류’ 콘텐츠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수립한 건 한국 드라마의 흥행 덕이다.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더 글로리’ 등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히트작으로 발돋움했다.
서랜도스 CEO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윤 대통령을 만나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투자한 금액의 두 배에 이른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인을 집중적으로 발굴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콘텐츠 5개 중 하나는 신예 작가나 감독의 데뷔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먼저 한국 관객이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며 “로컬에서 사랑받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야 글로벌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 사업자(ISP)가 망 이용 대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것에 관해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만 내놨다. 그는 “넷플릭스는 데이터 전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10억달러 정도를 캐시서버(OCA)에 투자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CP와 ISP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남미 등 글로벌 집중 공략최근 넷플릭스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1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직전 분기보다 20만 명가량 줄었다. 창사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가 감소했다는 소식에 분기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35%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경쟁이 치열한 북미 지역 가입자는 지난해 91만9000명 줄어들었다. 반면 그 외 지역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출 성장세도 북미 이외 지역이 더 가파르다. 북미 매출이 2019년 100억달러에서 2022년 140억달러로 40% 늘어날 동안 아시아 시장은 150% 커졌다.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는 50개 이상 국가의 독창적이면서 현지 취향에 걸맞은 이야기에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은 ‘좋은 이야기는 어디서나 탄생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방치한 ‘계정공유’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작년부터 남미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가구 구성원이 아닌 제삼자에게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과금해야 하는 정책을 내놨고, 지난달 미국으로 확대했다. 계정 공유 단속이 시행된 이후 넷플릭스 하루평균 가입 건수는 7만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60일 평균보다 102% 증가한 수치다. 서랜도스 CEO는 한국 적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 “글로벌하게 계정공유 방식 변경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우 기자/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