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이면 싸다"…억만장자들의 아찔한 '호사 여행'

입력 2023-06-22 11:00
수정 2023-07-22 00:02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을 계기로 각종 위험에도 우주·심해 등을 누비는 '슈퍼리치'(초부유층)의 여행 실태가 화제다. 심해·우주·극지 등을 탐사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자금이 필요한 연구자들과 자극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억만장자들의 이해가 부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수십 년 사이 전세계 슈퍼리치를 겨냥한 신흥 관광산업이 급격히 덩치를 불려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억 달러(약 1300억원)에 일반인도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도는 여행을 떠날 수 있고, 2000만 달러(약 260억원)를 내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일주일간 체류할 수 있다.

억만장자의 우주관광은 지난 2001년 미국 억만장자 기업가 데니스 티토가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내고 ISS에 다녀온 것이 시초로 여겨진다. 이후 러시아의 우주기업 미르코프는 다수의 부유한 민간인들에게 ISS 여행 패키지를 판매했다. 2007년부터는 "달 표면에서 수백㎞ 지점까지 데려다주겠다"며 1억 달러짜리 달여행 상품도 제공해왔다. 세계적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창설한 캐나다 출신 억만장자 기 랄리베르테, MS 공동창업자 찰스 시모니, 유명 게임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 등을 비롯한 부호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는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도움을 받아 올해 중 달 여행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1년 100억엔(약 900억원)을 내고 ISS에 12일간 체류한 바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과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2004년 설립한 버진 갤럭틱은 우주선을 타고 상공 100㎞의 준궤도 영역에서 몇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1인당 대략 50만 달러(약 6억4000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최근 논란이 된 타이태닉호 선체 관광처럼 심해도 슈퍼리치들의 선호 여행지다. 지난 19일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 잠수정에 타고 있던 영국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은 2021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에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여행 비용은 25만 달러(약 3억2000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틴코프는 북극점 도달이 가능한 사상 첫 쇄빙선 여행 사업을 2년 전 선이기도 했다. 심해 잠수정과 헬리콥터, 스노모빌 등을 탑재한 이 쇄빙선은 사우나와 마사지룸, 목욕탕 등 다수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일각에선 이러한 호사 여행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장남인 윌리엄 왕자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두뇌를 지닌 지성인들은 다음에 가서 살 곳을 찾으려 노력하는 대신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