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에만 '사망' 세 번"…'실종' 잠수정 섬뜩한 면책 서류

입력 2023-06-22 10:19
수정 2023-06-22 10:37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운영사가 탑승객들에게 사망할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심슨가족'의 작가·제작자인 마이크 리스(63)는 "서명한 면책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WSJ이 CBS 방송 기자 데이비드 포그에게 확인한 면책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특히 포그가 서명한 면책서류에는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면책서류에는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극단적인 내용이 면책서류에 포함됐는데도 포그가 서명을 한 것은 오션게이트의 안전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포그는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에선 사망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잠수정의 안전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뿐 아니라 오션게이트 내부에서도 제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오션게이트에 탑승자 보호를 위해 전문 기관의 감독하에 시제품을 테스트하라고 권고했지만, 오션게이트는 이를 무시했다.

이번 WSJ 보도에 따르면 오션게이트는 책임 회피를 위해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면책서류에 적시한 뒤 탑승객의 서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리스는 잠수함 탑승 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연필과 노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해에서 농담을 써서 세상에 선물로 남기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타이태닉호 잔해 관광은 큰 문제 없이 종료했다. 리스는 "잠수정 안은 의자가 없는 미니밴 크기였지만, 폐쇄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며 "아주 편안하고 소박했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