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5월 근원물가 7.1% 상승…31년來 최고

입력 2023-06-21 20:49
수정 2023-06-22 01:53
영국의 5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5월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1%로 집계됐다. 4월(6.8%)보다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1992년 3월 후 최고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7%를 기록했다. 4월의 연간 상승률과 같았지만, 전문가 예상치(8.4%)보다는 높았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으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휘발유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항공료, 여행비, 콘서트 입장료, 컴퓨터 게임 가격 등이 물가 상승률을 높였다”고 했다.

식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상승률은 18.3%로 전월(19.0%)보다 내렸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랜트 피츠너 통계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BBC 인터뷰에서 “임금 상승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엘 셀핀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 상승률을 보면 기업들이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프랑스(6.0%), 독일(6.3%), 유럽연합(EU·7.1%), 미국(2.7%) 등 다른 주요국보다 높다. 영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는 5월 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이 쉽사리 잡히지 않는 만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긴축(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BOE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75%로 올리며 13회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 0.5%포인트 인상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기준금리가 내년 초 연 6%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통계청이 이날 별도로 발표한 공공 순채무는 5월 말 기준 2조5670억파운드(약 4225조원)로, 1961년 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