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시공사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뒀던 경기 성남시 산성 재개발 조합이 다시 실시한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성 재개발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 인근에 약 3500가구를 짓는 주택건설 사업이다. 이사회에서 계약 해지를 결정했던 조합은 계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산성 재개발 조합이 지난 20일까지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재입찰이 유찰됐다. 현장 설명회에는 기존 시공단인 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를 포함해 계룡건설산업, 서희건설,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등 8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모두 응찰하지 않았다.
산성 재개발은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0층, 45개 동, 3487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이 구역은 2016년 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총공사비는 6390억원이었다. 작년 8월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진 시공단이 지난 2월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41만원으로 44%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시공 계약 당시엔 물가상승률과 건설공사비지수 중 상승률이 더 낮은 지표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올린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사비는 2016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495만원 선에 그쳐야 한다는 게 조합 논리였다.
시공단은 현 수준의 공사비로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4월 150.25로 2016년 말(104.31) 대비 44% 뛰었다. 조합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국 계약 해지를 강행했다.
하지만 시공사 재입찰이 유찰되면서 조합은 계약 해지 안건을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조합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조합원은 “서울에선 3.3㎡당 공사비가 800만원까지 나오는 마당에 시공단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이견이 조합 내에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