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10% 줄일 것을 야당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의원 무노동·무임금’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등 정치 쇄신 3대 과제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띄우자, 민주당 의원 전원의 해당 특권 포기를 요구하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압구정’에 ‘사돈남말’ 반격김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수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는데 그 정답은 민심”이라며 의원 수를 10% 줄이자고 했다.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을 거론하며 “김 의원처럼 무단결근, 연락 두절에 칩거까지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그런 직장이 어디 있냐”며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야당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줄줄이 부결된 것을 겨냥해서는 “국회가 드디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우리 모두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어진 53분간의 연설에서 김 대표는 상당 부분을 문재인 정부의 실정 비판과 ‘거대 야당 심판론’에 할애했다. 전날 이 대표가 현 정부를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몰두)’ 정권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는 ‘사·돈·남·말(사법리스크·돈봉투 비리·남 탓 전문·말로만 특권 포기)’이라며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국회 내에선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울산 땅! 땅 대표!”라고 소리치자 여당 의원이 “너 뭐야, 조용히 해!”라고 받아쳤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는 초등학생 40여 명이 김 대표의 연설을 지켜봤다.법인세·상속세 개혁할 것이 대표가 전날 민생 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삼모사로 국민을 속이는 ‘추경 중독’도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재정 중독 제어 장치로 재정 준칙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세 개혁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법인세 최고 세율 26.4%,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 90개, ‘상속세 폭탄’을 언급하며 “과중한 조세는 ‘경제 쇄국정책’”이라며 “세수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시급한 조세 개혁에 빨리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중국인 투표권 제한해야”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선 “케케묵고 낡아빠진 운동권식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에 입각한 ‘합리적 국정’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의 선제적 복원은 탁월한 외교 전략”이라고 평가했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건강보험에 등록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 축소를 내걸었다. 김 대표는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며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기금에 대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한·중 간 외교 갈등이 촉발됐다. 이를 계기로 한·중 양국 간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찾아 시정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신호탄이 쏘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