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삼양식품 등 잘나가던 라면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가격 인하 권고 발언에 주가가 즉각 반응한 것이다. 추 부총리 발언의 여진이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선 저가 매수 기회라는 시각과 하락폭이 더 커질 것이란 해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부총리 발언에 이틀 연속 하락농심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61% 하락한 40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6.05% 급락한 뒤 이틀 연속 하락했다. 추 부총리의 지난 18일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는 당시 한 TV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선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라면 가격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추 부총리 발언 다음날 농심과 삼양식품 주가가 급락했다.
라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와 오뚜기도 각각 9.8%, 11.0% 올렸다. 이에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이어지며, 농심 주가는 올 들어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 8일에는 45만2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농심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85.8% 상승한 63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성장하는 해외시장 주목해야”라면 가격이 인하되면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이)가 줄어 실적이 악화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보다 고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격 인상이 올해 주가 상승 요인이었다면 모든 라면 업체 주가가 올랐어야 했다”며 “농심의 주가가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해외시장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미국법인인 농심 아메리카의 지난 1분기 원화 기준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39.72% 증가한 1586억원, 분기순이익은 637.83% 늘어난 119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라면이 한 끼 식사로 자리잡으며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은 6 대 4까지 높아졌다”며 “조만간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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