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사례들을 정면교사 삼아 우리나라에도 서둘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투자협회가 20일 '2023 ICSA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한 가운데 세번째 세션 '각국의 모험자본 공급제도와 운영사례 및 시사점'에서 해외전문가들은 미국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와 영국 VCT(Venture Capital Trust) 등 해외의 모험자본공급 성공사례를 공유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발제에서 "한국 모험자본 시장에도 엑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지만 최근에는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위험기피로 모험자본 공급이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 대해 설명헸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공적 자본시장을 통해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장 모험자본 투자기구다. 투자자에게겐 다변화된 비상장 혁신기업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모집 규모는 펀드당 최소 300억원 이상으로, 공모 방식이나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벤처기업 등에 최소 60% 넘게 투자하고 안전자산에 10% 이상 투자해야 하는 점이 운용상의 규제다.
고 과장의 발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미국 블랙스톤(Blackstone)의 조나단 복(Jonathan Bock) BDC 대표는 "최근 은행 신디케이트론의 장기 침체로 인해 BDC를 통한 직접대출(Direct lending) 수요가 지속 증가했고 미국 BDC는 직접대출 중심으로 4조달러(약 5000조원)에 달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영국 옥토퍼스 인베스트먼트(Octopus Investment)의 조나단 딕스(Jonathan Digges) CIO는 "그간 VCT로부터 투자받은 기업 중 약 1000개 기업이 높은 성장을 하고 있고 영국은 VCT로 7만명 넘는 고용창출과 7000만 파운드의 세수증대 등 경제효과를 창출했다"며 "VCT에는 강력한 세제지원이 있었으며, 한국도 이른바 '벤처 겨울'(Venture Winter)을 극복하고 모험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VCT와 같은 제도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영국의 경우 세제 지원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 성장을 견인해 왔단 점이 인상깊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면 세제당국과 세제지원에 대한 측면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의 경우에도 사모펀드 사태이후로 국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모험자본시장의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BDC, 영국 VCT와 유사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벤처시장과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로써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 참여자들의 협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미국 BDC와 영국 VCT도 고금리ㆍ고인플레이션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되었으므로 국내도 지금이 BDC 도입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