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어제 범부처 협의체인 ‘인구정책기획단’을 발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저출산위에서 “현장과 소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기획단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등 15개 중앙부처가 참여했다. 인구 감소 원인이 복잡하고, 특정 부처의 노력만으로 단박에 풀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범부처를 아우르는 협의체 출범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부처 간 정책 칸막이부터 없애고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하게 분석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 7년 만인 2025년도에 고령자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1994년)에서 초고령사회(2005년)에 진입하는 데 11년 걸린 일본보다 빠르다. 이미 감소세에 들어선 인구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총인구는 2021년 5173만8000명으로 1949년 인구 총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민등록 인구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 줄었다.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개선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더라도 2050년 인구는 4736만 명으로 지금보다 약 450만 명 감소한다는 정부 추계도 나와 있다.
기획단은 이번이 인구 재앙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정부가 그동안 쏟아부은 관련 예산만 280조원이다. 그런데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최악이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인구 재앙 앞에서는 여야도 좌우도 따로 없다. 기획단은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만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밖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대대적으로 공모하는 방안도 좋다. ‘모두의 책임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돼선 안 된다. 이전 정부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