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미샤’가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수출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한 게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다. 급하게 추진되던 경영권 매각 작업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5년 만에 흑자 전환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샤를 판매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순이익 10억원으로 2021년 43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2017년 이후 5년 만의 턴어라운드다. 올 1분기에는 3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이익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던 매출도 올해 들어 분기 기준으로 증가세로 반전했다. 1분기 매출은 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몇 년간 조직 안정화와 비용 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흑자기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난 것도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가 인수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자회사 사업 결합, 조직 개편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국내 매장 수는 2020년 말 471개에서 현재 286개로 축소했다.
해외 영토는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1분기엔 58.3%로 치솟았다.
미샤의 제품들은 미국과 일본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 아마존 비비크림 부문 판매량 ‘톱3’에 올라 있다. 일본 뷰티 미디어매체 미미TV에선 최근 미샤 앰풀이 스킨케어 미용액 1위를 차지했다. 매각작업 늦춰질 듯IMM PE는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매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지난 3월 예비입찰을 진행해 국내외 5~6개 기업을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국내 중견 화장품 업체와 해외 화장품 제조·유통 분야 기업들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씨엔씨는 IMM PE의 대주단인 신협,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NH농협은행, 중국건설은행 등이 주도해 매물로 나오게 됐다. 입찰 과정을 보고받은 대주단도 회사를 급히 매각하기보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을 찾기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는 1세대 로드숍이자 중저가 브랜드의 대표주자”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상징적인 기업이라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대 초반 로드숍 열풍을 일으켰던 미샤를 비롯해 ‘어퓨’ ‘초공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매출 기준 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 과열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수정/차준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