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이후 당 쇄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해왔다. 최근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위기에 빠진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혁신기구가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은경 신임 혁신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혁신과 거꾸로 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위원회 출범도 전에 반성은커녕 돈봉투 수사는 검찰 기획이라는 당 일각의 주장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돈봉투 조성 및 전달과 관련한 녹음 파일에는 “마지막으로 의원들에게 좀 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누가 봐도 범죄 혐의가 뚜렷한데 무엇이 만들어졌다는 건가. 게다가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출신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불체포 특권이) 헌법상 권리인 것은 맞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고, 민주당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대로 된 혁신위원회라면 이런 사태에 대한 성찰부터 먼저 하는 게 정상인데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민주당이 온정주의와의 절연을 선언할 땐 언제고, 이래 놓고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건가.
민주당에 애초 혁신 의지가 있었나 의구심이 든다. 천안함 ‘자폭’과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검증은 고사하고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덜컥 앉혔다가 9시간 만에 낙마하는 사태를 겪었다. 민주당 혁신위는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인데, 후임은 이와 거꾸로 가는 발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특권 방패’ 뒤에 계속 있을 거면 혁신을 접는 게 나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