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시장 주도주만 계속 오르고 소외 종목은 하락을 거듭하는 ‘양극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성장을 이어가는 소수의 종목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주도주를 놓치면 수익을 낼 수 없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승장에서 하락 종목 속출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940개 중 359개가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선 1600개 종목 중 468개가 마이너스였다.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8%, 31% 급등했지만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한 종목이 유독 많았다.
반면 주가가 시장수익률보다 훨씬 더 높이 뛴 종목도 많았다.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총 119개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19개)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2차전지 관련주는 밸류에이션 논란에도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에코프로는 올해 7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4배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코스모신소재는 337% 올라 PER이 150배로 확대됐다. 레이크머티리얼즈와 TCC스틸은 각각 477%, 315% 올랐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처럼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성장하거나 실적이 회복되는 소수의 기업이 높은 가치를 받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주도주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에서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투자 고객들은 해당 종목으로 이날까지 각각 평균 70%, 39.4% 수익을 내고 있다. 반면 카카오 보유 고객은 평균 매수가 대비 손실이 42%에 달한다. 네이버(-29%), 카카오뱅크(-41%), HMM(-28%) 투자자도 손실을 보고 있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양극화 심화양극화 현상은 주도 업종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르면서 PER이 56.3배로 높아졌다. 같은 사업을 하는 엘앤에프는 50% 오르는 데 그쳤고 PER도 28.9배로 에코프로비엠의 절반 수준이다.
배터리셀 업종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PER이 49배로 삼성SDI(22.4배)의 두 배에 달한다. 주가도 LG에너지솔루션이 올 들어 31% 오르는 동안 삼성SDI는 20% 상승했다. 반도체 관련주에선 한미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등 일부 인공지능(AI) 테마 종목만 질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 같은 시장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 증시에서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빅테크주만 오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해 성장주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하는 순환매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밸류에이션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이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은 항상 발생한다”며 “하반기엔 저평가된 종목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