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컨테이너선 인도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 운임지수 급락에 따라 선사들이 인도 지연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체보상금(LD)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한국 조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선사는 최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와 컨테이너선 공정 지연을 협의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 조선사와 이 같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컨테이너선 인도를 3개월 늦추기로 한 선사가 있는가 하면, 최대 12개월 인도 연기를 협의하고 있는 계약 건도 있다”고 전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조선업계 부족 인력은 1만3000여 명으로, 일할 사람이 없어 조선 건조가 늦어지고 있다.
조선사의 ‘갑’으로 불리는 글로벌 선사들은 납기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조선사에 지체보상금을 청구한다. 계약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보상금을 상한선으로 정해 놓기도 한다. 한 번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이후 납품 물량까지 줄줄이 늦어질 수 있어 조선사로서 납기 지연은 큰 ‘리스크’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제해상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손익분기점으로 통하는 1000을 밑돈 영향이다. 당장 컨테이너선을 인도받아 운항에 나서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SCFI는 지난 16일 934.31로 전주 대비 4.6% 떨어졌다.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900~110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신조선가 지수가 매달 상승하는 점도 인도 지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지체보상금을 받은 이후에 발주하면 더 높은 가격에 계약해야 해서다. 글로벌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지난 5월 2억2250만달러(약 2800억원)로, 2020년 5월(1억4500만달러) 가격을 훌쩍 넘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