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인 ‘맹그로브’가 조만간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뛰어난 탄소 흡수원인 맹그로브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정부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맹그로브 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온실가스 흡수에 최적18일 과학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를 마련하고 해양생물자원관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세계 최대 맹그로브 군락지인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해 맹그로브 서식 동향을 관찰하고 있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에 조성된 탄소흡수원을 말한다. 맹그로브 외에 갈대 같은 염생식물과 잘피 등 해초류가 블루카본으로 분류된다. 숲과 열대우림 등의 산림생태계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블루카본은 그린카본보다 탄소 흡수 및 저장 효율이 높다. 해양생태계가 바닷물에 잠겨 있어서다. 대기 중에서 흡수된 탄소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저장되면 다시 방출되는 일이 드물다. 멕시코의 한 맹그로브 군락지에서 토양 표본을 채취한 결과 5000년 전에 흡수한 탄소까지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루카본 중에서도 맹그로브의 탄소흡수량은 압도적이다. 갈대, 잘피 등에 비해 뿌리가 깊은데다 울창한 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군락지 1ha(헥타르)의 탄소 흡수량은 연간 1.62t에 달한다. 갈대(0.91t), 잘피(0.43t) 등을 크게 앞선다. 한국 자생종인 소나무의 세 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30년 106만t 탄소 흡수정부가 최근 탄소흡수원으로 맹그로브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 현재 속도로 수온과 기온이 계속 오르면 아열대·열대 수종인 맹그로브가 국내에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의 북방한계선은 북위 33도 38분까지 올라왔다. 일본 규슈섬 남부 지역이다. 제주도 남해안 일대와 위도가 겹친다. 김 교수는 “조만간 맹그로브가 제주도를 넘어 한반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맹그로브 등을 포함한 바다숲을 적극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생태계에 의한 탄소흡수량을 작년 대비 100배 이상 많은 106만t(2030년)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해외에서도 맹그로브를 활용한 탄소 포집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애플은 최근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에 맹그로브 군락지 조성 사업을 벌여 1만1000ha 숲을 복원하고 있다. 1만7000t의 탄소를 흡수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케냐 해양수산연구소는 맹그로브 숲 100ha 이상을 조성하고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연간 1만5000달러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ESG 경영 일환으로 맹그로브 군락지를 세계에 조성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어스온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베트남 미얀마 해변 136ha에 53만 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KB국민카드 등도 최근까지 인도네시아 해안가에 맹그로브 묘목을 다수 식재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