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가운데 국내 라면 업체들이 고심에 빠졌다. 국제 밀 가격은 내렸지만 업체가 쓰는 밀가루 가격은 여전히 높은 데다 다른 원료 가격은 오히려 올라 원가 부담이 커서다.
18일 라면 업계에 따르면 여전히 원가 부담은 크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t(톤)당 419달러로 치솟았고 올해 2월 t당 27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밀가루 가격도 올라 지난달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0.0% 상승했고 2년 전과 비교해 38.6% 올랐다. 밀가루 가격뿐만 아니라 또 다른 원료인 전분 등도 가격이 뛰었고 물류비도 증가해 업계 부담은 큰 상황이다.
앞서 작년 하반기에도 라면업체들은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잿값 상승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늘었단 이유에서 제품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팔도, 오뚜기는 바로 다음 달 제품 가격을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다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업체들은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값 인상의 적정성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