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마치고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재건축 대장주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조합 내홍 탓에 위기를 겪고 있다.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과 입주 등의 내용을 담은 조합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 사이 이견이 커진 것이다. 조합은 총회에 상정한 안건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예정된 입주일을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측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추가 고소·고발을 검토하는 등 갈등의 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원베일리 조합은 오는 30일에 예정된 조합총회에 조합 정관 변경과 추가 분양 계약기간 지정, 시공사 도급 계약 변경안 등을 상정했다. 최근 부조합장 직무정지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계약 기간 위반 조합원에 대한 구제안과 시공사와의 공사비 증액안 등이 주요 골자다.
앞서 원베일리 조합은 ‘스타 조합장’으로 불리는 한형기 전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을 부조합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원 계약 기간을 어겨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한 전 조합장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은 다른 26명 조합원도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부분 코로나19와 해외 거주 등으로 뒤늦게 계약한 경우다.
조합은 계약 기간을 놓친 조합원들이 뒤늦게 현금청산을 당하지 않도록 정관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정관을 개정하고 추가 계약 기간을 지정하면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을 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반대측 조합원들은 “한 전 부조합장의 지위를 회복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안건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한 전 조합장이 조합원 자격이 없으면서 조합 대표로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을 약속했다며 고발에 나섰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협상을 벌여 1130억원을 추가 지급하는 안을 총회에 상정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1953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는데, 협상을 이어가며 1300억원 수준까지 요구액을 낮췄다.
노영창 원베일리 조합장 직무대행은 “현재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없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 공사비가 1130억원”이라며 “먼저 총회 의결을 받고 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대측 조합원들은 “과도한 증액”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총회 안건이 부결되면 8월 31일로 예정됐던 입주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 달 15일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사전점검이 진행되는데, 관련 일정이 모두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와 같이 준공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가 소유주들 역시 일정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입주 일정과 총회 안건은 상관이 없다”는 반대측 조합원들은 오히려 입주 지연을 무기 삼는 조합 집행부에 대한 추가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