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5% 급락하며 '서학개미'들을 눈물 짓게 했던 테슬라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올 들어 무려 140% 가까이 폭등하며 쾌속 질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폭등을 추격 매수보다는 차익 실현의 기회로 본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최근 며칠 하락했지만 증권가로부터 긍정적 시선을 받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5월 16일~6월 15일) 테슬라 주식에 대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 결제액(매도 결제액-매수 결제액)은 약 3억7000만달러(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테슬라를 산 사람보다 판 사람이 더 많았단 의미다.
이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상승 행진에서 '최장'과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3거래일간 상승폭이 무려 40%가량이다. 미국 전기차 충전설비 제조사들이 연달아 테슬라의 충전 방식과 호환되는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테슬라의 충전 방식이 미국 내 대세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로 해석된다. 갖은 호재들 영향인지 테슬라 주가는 작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주가는 작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올 1월엔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테슬라의 급등세는 개인들로 하여금 추격매수보단 차익실현의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과열됐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엿보이는 행보다. 포털 등 종목토론 커뮤니티를 보면 투자자들은 '화성 잘 갔다가 내려온다', '실현해야 진짜 수익이니, 실감하려고 일부 차익실현했다', '단기 고점이라고 판단해서 다 정리했다', '좋은 기업 맞지만 당장 내 수익을 챙기는 게 먼저', '상당주식 팔아서 28% 수익 봤고 다음 주부터 다시 사모을 예정이다' 등 의견을 보였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뿐 아니라 올해 랠리를 편 기술주전반에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 한 달간 엔비디아와 애플에 대해서도 각각 1억1202만달러(1427억원), 4억6355만달러(5906억원) 순매도를 했다. 두 종목은 이달 16일 기준 올 들어 각각 198%, 49% 상승했다.
다만 이 같은 순매도세에도 와중에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은 이들 기술주였다. 이달 14일 기준 서학개미들의 보관금액 톱3은 테슬라(약 18조6137억원), 애플(6조5567억원), 엔비디아(4조9748억원)였다. 보유와 차익실현을 병행하는 등 매매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증권가 전문가들은 테슬라 향후 주가 흐름을 두고 긍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전기차 생산 이외의 여러 수익구조가 부각되면서, 중국을 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적수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당초 미국시장 내 테슬라 판매 비중은 갈수록 낮아져 2030년 24%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지만, 경쟁사들 대비 월등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이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현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테슬라 현재 가격은 투자은행(IB)들의 평균 목표주가를 웃돌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 급등으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전기차 충전소와 차량 IRA 공제 혜택 등 수혜요인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