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내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디지털·메타버스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견인할 혁신 거점공간으로 재개발된다. 서울시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건축 용적률 1000% 이상을 허용하고, 인근 용산정비창에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개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왕년 영광 찾는다…‘용산 메타밸리’ 변신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일대 연계 전략 마련’ 용역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 지역을 AI와 ICT(디지털+메타버스) 중심의 ‘용산 메타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짓는 건물 전 층 면적(연면적)의 30% 이상을 신산업 용도로 쓰도록 의무화했다. 신산업 용도는 정보통신산업·소프트웨어·디지털 콘텐츠, 연구개발업, 스타트업 지원 시설 등이다. 신산업 관련 회사 비중을 30%보다 더 늘리면 추가 용적률도 준다.
용도를 제한하는 대신 의무 공공기여율을 3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평균 27%에서 18%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여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 용도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업자로부터 도로·공원 등 기반 시설이나 임대주택 등을 사업자로부터 받는 것을 말한다. 용산전자상가는 도시계획시설상 ‘유통업무시설’로 지정돼 있어 이를 해제하면 토지 면적의 20%를 지자체로 넘겨야 한다. 이번에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상향되는 선인상가 등은 토지 면적의 35%를 내놔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폐지되면 주거·업무·상업시설 등 민간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신산업을 30% 이상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며 “제약을 걸었기 때문에 공공기여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높이는 청파로 서쪽의 경우 100m, 동쪽은 120m를 기준으로 한다. 특화 디자인 적용이나 개방형 녹지 확보 등 세부개발계획에 따라 더 높아질 수 있다. 서울시 스카이라인 구상에 따르면 최대 173m(50층 내외)까지 높이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전자상가는 1985년 전기·전자업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조성돼 1990년대 PC 보급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모바일 기기 도입으로 2010년대 들어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컴퓨터·통신산업 기반이 있는 용산전자상가가 신산업을 육성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할 예정인 국제업무지구와 가까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건축하면 용적률 1000%서울시는 친환경 건축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녹지 개발을 유도하는 등 일대를 미래형 도심 주거지역으로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녹지 면적 목표는 전체 면적의 50% 이상으로 잡았다. 용산전자상가 부지에 들어설 건축물 저층부에 녹지를 조성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유수지 상부는 공원화할 예정이다. ‘직주혼합’을 목표로 주거시설도 유도한다. 용적률의 50%까지 주거용 건물로 지을 수 있다. 다만 중소 주택형 위주로 구성하고, 민간분양과 공공임대·분양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창의혁신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제로에너지빌딩(ZEB) 등 친환경 기준을 지키면 용적률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가 제안한 신산업 용도, 개방형 녹지 조성, 보행로 조성, 친환경 인증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용적률은 최대 1000%까지 늘어난다. 현재 이 일대 평균 용적률(230%)의 네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대통령실 이전, 용산정비창 개발계획, 용산공원 개방 등의 여건 변화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지역”이라며 “향후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미래 혁신지역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