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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핵협상 재개를 포함한 이란과의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라크에 묶인 이란 동결자금 해제에 합의한 데 이어 한국에 묶인 70억달러도 이란에 돌려주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본지 5월 30일자 A1, 3면 참조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작년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으며,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을 위해 최소 세 번 오만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오만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핵 위기를 타개하고자 이란과 비공식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기 위해 조용히 협상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의 목표는 비공식적이고 성문화하지 않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를 ‘정치적 휴전’으로 부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관료는 새 협약이 “임박한 상태”라고 했다.
이 같은 대화 재개와 맞물려 최근 미국 당국은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와 가스에 대한 대금 25억유로(약 3조4590억원)의 지급을 승인했다. 이 돈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로 동결된 상태였다. 같은 이유로 한국에 묶인 이란 석유 결제 대금 70억달러의 행방도 주목된다.
WSJ는 “이 문제를 잘 아는 한국의 전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과 미국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따른 자금 동결 해제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 돈은 인도주의 용도로 제한되고 카타르 은행에 보관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물밑 협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중국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통적인 친미 국가와의 교류를 늘리고 있다. 이란과의 핵 합의로 핵무장을 추진하려는 사우디의 명분을 차단할 수도 있다. 사우디는 이란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국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전 원료인 우라늄의 농축도가 90%를 넘어서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1일 “이란의 원자력산업 인프라가 유지된다면 서방과의 핵 합의도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미국과의 화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한국에 묶인 이란 돈 70억달러를 이란에 돌려주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 돈은 중동 제3국에 보관한 뒤 특정 용도로만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중재해온 오만의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수감자 교환, 동결자금 관련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