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이 결과적으로 불법 파업을 조장할 편향적인 ‘친노조 판결’을 또 내놨다. 생산라인 점거로 손해를 끼친 조합원을 상대로 현대자동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조 내 역할, 쟁의 참여도, 손실 유발액 등을 따져 불법파업 참가자의 가해액을 개인별로 일일이 산정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다.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을 연대해서 지도록 규정한 민법상 대원칙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공감하기 힘든 판결이다. 민법(760조)은 교사자나 방조자도 공동행위자이며, 손해가 누구의 행위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연대배상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행위자의 개별적 책임은 이 조항과 어긋나는 예외적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 ‘예외’를 노조 불법행위에는 ‘원칙’으로 적용하자는 것이어서 모순적이다. 노조원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저해해 법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파업에 따른 한 해 근로손실일수가 일본의 193.5배, 미국의 5.4배에 달하는 파업 천국임을 외면한 ‘탁상 판결’이라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파업 시 개별 불법행위를 일일이 입증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가담자가 많은 대형 불법파업일수록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워진다. 결국 위법행위와 손해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손해배상이 원천적으로 제약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반면 파업 특성상 개별 불법행위 입증이 어려운 탓에 노조원은 생산라인을 멈춰 세워도 배상에서 면책될 개연성이 커졌다.
대법원 판결이 야권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업조장법으로도 불린다.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난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소위 진보적 소신과 개인적 이념으로 사법을 정치화했다는 비판도 높다. 대법원은 작년 말 정부의 ‘과잉 진압’이 위법적이기에 극렬했던 노조 폭력도 정당방위라며 저 유명한 쌍용차 불법 옥쇄파업에까지 면죄부를 줬다. 사법부마저 폭주한다면 법치는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