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세운 천국…럭셔리 휴식의 신세계

입력 2023-06-15 17:49
수정 2023-06-16 02:33

‘천국의 콘크리트 버전’이라 불리는 땅이 있다. 싱가포르다. 콘크리트와 천국이라니. 쉽게 상상이 안 되는 두 단어의 조합이 가능한 것은 그곳에 가본 사람은 안다. 따뜻한 햇살, 파란 하늘, 짙은 녹음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 그사이를 가로지르는 첨단의 고층빌딩들. 도시 전체가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 세계 여행자들은 이런 아이러니컬한 별명을 붙였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는 이 속담을 즐겨 말했다고 한다. “제비는 작아도 오장육부를 다 갖고 있다.” 이보다 싱가포르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싱가포르는 서울만 한 면적에 인구는 서울의 절반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열대 맹그로브 숲도, 초고층 마천루 숲도 있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슈퍼트리’ 숲도 있다.

형형색색의 숲으로 덮인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국적도, 인종도, 여행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다.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찾는 글로벌 기업의 말끔한 비즈니스맨, 센토사섬의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즐기는 가족, 창이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에 앞서 잠시 싱가포르에 들르는 배낭여행객까지. 매년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 인구의 4배 수준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 섬은 어떤 목적으로 와도, 누구랑 함께 와도 즐겁다.

럭셔리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건축가 승효상은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고 했다. 전 세계에 몇 없는 19세기 호텔 중 하나인 래플스호텔을 찾는다면 단번에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영국의 전통적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아름답다. 로비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떠나기 직전까지 전담 버틀러의 세심한 케어도 뒤따른다. 엘리자베스 2세, 찰리 채플린, 마이클 잭슨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도 이런 모습에 반해 이곳을 거쳐갔다.

싱가포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