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까지 긴축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면서 시장에는 충격이 발생했죠.
미국에 이어 유로존, 중국 등 글로벌 경제 블록들의 금리 발표와 긴축 기조 유지 여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금리 동결에도 점도표는 상향…'매파적 동결' 단행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10차례 공격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는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았죠. 그래서 이번 금리 동결이 가진 의미는 컸습니다.
판데믹 이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도 마무리 될 것이라는 시장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올 연말 기준금리도 5~5.25%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연준은 연말 금리를 나타내는 점도표를 5.5~5.75%(평균 5.625%)까지 인상하면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최소 베이비스텝(0.25% 인상)을 두 번 이상 밟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금리 동결은 '잠시 쉬어간다(Pause)'는 의미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발표 이후 연설을 통해 "지난해 초부터 통화 정책 스탠스를 강화해 정책 금리를 5%p 인상하고 보유 증권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갔지만, 아직 완전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긴축 정책의 진전, 신용 문제로 인한 역풍, 통화정책으로 인한 시차 등을 고려해 우리는 정책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지만, 긴축은 계속 이어 나갈 것을 시사한 겁니다.
더불어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라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추후 질의응답을 통해 "거의 모든 위원회 참석자들이 올해 연말까지 금리를 더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아직 7월 FOMC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다소 비둘기적인 발언을 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FOMC 금리 발표 직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USDT 마켓 기준 2만6000달러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2만4820달러까지 급락한 후 이날 오후 6시 현재 소폭 반등한 2만497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거래소 버텍스 프로토콜(Vertex Protocol)의 다리우스 타바타바이(Darius Tabatabai) 공동 설립자는 "오늘 발생한 하방 압력은 상당한 수의 트레이더들이 매파적 전망에 직면하자 포지션을 재배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청산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로존·中도 곧 금리 발표…비트코인 변동성 커질듯미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지구로 불리는 유로존(오늘 밤 21시 15분, 한국시간)과 중국(20일 오전 10시 15분)도 금리를 결정합니다. 이들의 금리 발표도 가상자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베이비스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갔지만,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추가 긴축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1%)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금리 인상을 막을 만큼 큰 문제를 보이진 않았다고 해석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럽 중앙은행이 인플레 완화를 위한 금리 인상 행보를 중단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며 "인플레를 완화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중단할 만큼 경기 침체가 극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죠.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무려 10개월 만에 1년 만기 중기유동성창구(MLF) 금리를 기존 2.75%에서 2.65%로 0.10%p 낮췄기 때문입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매월 15일 MLF 금리를, 20일에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합니다. 통상적으로 MLF를 조정한 후 LPR을 같은 방향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오는 20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같은 시간 발표된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모두 예상치를 밑돌았고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0.8%로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안 좋은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세계 시장의 수요가 흔들리고 부동산 위기가 발발하면서 중국의 경제 회복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성장 촉진과 실업률 억제를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세계 3대 경제권이라 불리는 미국과 유럽, 중국이 모두 다른 금리 행보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통 금융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연관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금리, 물가지수 등 각종 경제 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비트코인 차트가 요동치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죠.
오늘 밤 유로존 금리 발표, 다음 주 중국 금리 발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혼돈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반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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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