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집 자식인 줄"…'200억 대박 식당' 젊은 사장의 반전

입력 2023-06-15 16:11
수정 2023-06-15 16:53

2017년의 어느 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한 청년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가게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는가’, ‘나를 믿고 다시 찾아온 손님에게 뭘 해드려야 하는가’.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가 3~4시간 눈을 붙인 그는 다시 가게로 출근해 점심 장사 준비를 했다. 그렇게 점포를 꾸리던 28살의 젊은 사장은 6년 뒤인 올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8개 직영점포를 거느린 연 매출액 200억원 규모의 외식업체 대표가 됐다.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 ‘푸에르코’의 이웅빈 대표 이야기다.

푸에르코와 젊은 대표를 처음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있는 집 아드님이 벌인 사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달 전 문을 연 광화문점에 줄지어 늘어선 화환을 보면 이런 인상이 더욱 짙어진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법조인, 연예인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다. 실제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올라왔다.


푸에르코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고기 구이집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던한 인테리어, 프라이빗한 룸으로 구성된 공간, 다양한 와인, 고기 굽는 연기가 밑으로 빠지는 하향식 배기시스템등을 갖췄다. ‘고급스러운 구이 전문점’으로 포지셔닝한 푸에르코는 직장인들의 회식 공간이자 친구?가족들의 외식공간으로 선호도가 높다. 이 대표를 광화문점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Q.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A. 1990년생 이웅빈이라고 합니다. 숭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푸에르코를 7년째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이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고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이 특기입니다.


Q. 푸에르코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A. 2017년 분당 정자동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였습니다. 이공계 출신이 아닌지라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요식업뿐이었습니다. 3년 내 폐업률이 80%에 달하는 레드오션 업종이란 얘기를 들어서 인지 망하지 않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동네 음식점이 1년도 되지 않아 망하는 걸 자주 봐서 무서웠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서 성공할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스스로 계속 던졌던 것 같아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호불호가 없고, 단가가 낮지 않고 특별한 음식을 찾다가 이베리코를 발견했습니다. 맛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분명 돼지고기이지만 소고기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거든요.

Q. 푸에르코의 현재 상황은?
A. 2022년 기준 6개 직영점으로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광화문과 숭례문점을 오픈해 총 8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입니다. 연 매출 300억원이 목표입니다. 직원은 150명 정도입니다. 객을 환대하라Q. 푸에르코의 성공비결을 꼽는다면
A. 서민 음식 이미지가 강한 돼지고기를 이베리코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통해 고급화했습니다. 돼지고기이지만 홀이 아닌 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매장에 룸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소주가 아닌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게 콜키지프리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테이블 위로 연기가 올라 오지 않게 하향식 배기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한우처럼 이베리코를 3주 이상 숙성해 돼지고기의 깊은 풍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성공 비결인 것 같습니다.


Q. 점포의 규모가 대부분 큰 것 같습니다.
A. 돼지고깃집은 대부분 1층에 20~30평 규모로 들어섭니다. 저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2, 3층이나 지하에 150평 이상의 대형 평수를 임차해 상권의 시그니처 구이 전문점으로 자리 잡고자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많은 고객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에서 채택한 전략인데 주효한 것 같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직원도 많고 운영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점포가 잘되는 만큼 함께하는 파트너(관리자)와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장과 직원의 입장을 최대한 동질화한 것도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Q. 관련 전공이나 경험이 없었음에도 외식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A. 20대에 제가 할 줄 아는 음식은 라면과 짜파게티밖에 없었습니다. 요식업에 몸을 담고 있긴 하지만 요리 솜씨는 부족하기에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좋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음식을 잘 알지도, 요리 실력도 없는 결핍이 오히려 저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좋게 봐주면 늘 긍정적인 결과가 돌아오더군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Q. 푸에르코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요?
A. 푸에르코를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도 주 3회 이상 다른 고깃집을 찾아다니며 잘되는 이유와 안되는 이유를 찾곤 합니다. 또한 스스로가 까다로운 손님이 되어 불편함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고깃집만 200곳은 가본 것 같아요. 다른 고깃집을 갈 땐 음식 맛만 보지 않고 위치와 상호명, 반찬구성과 테이블 레이아웃, 직원 복장과 조도, 인테리어 소재 등 다양한 것을 보고 메모합니다. 더불어, 직원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괜찮은 사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사업 시작 전엔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숯불도 직접 피워보고 고기 손질도 해보고 설거지도 하며 A부터 Z까지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Q. 푸에르코의 차별화 전략은?
A. 기획 부문에서 차별화 전략은 소고기처럼 부드러운 숙성시킨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룸에서, 와인과 함께, 연기가 나지 않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영의 있어서 차별화 전략은 영업이익률 같은 숫자가 아닌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뛰며 고충을 이해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반영해 끊임없이 쇄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왜 취업이 아닌 사업의 길을 선택하게 됐나요
A. 거창한 꿈이 있었다기보다 저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었습니다. 돈도 많이 벌고 싶었고요.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친구가 되고자 했습니다.

Q. 푸에르코 시작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2017년(1개 지점) 월매출 4000만원에서 2022년(6개 지점) 월매출 20억원을 달성하면서 5년간 50배 성장한 걸 알게 된 순간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가 커지면서 제 삶과 소비가 달라진 건 아니지만, ‘성공’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낄 때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Q. 푸에르코 시작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A. 아침에 눈을 뜨고 밤늦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일만 생각합니다. 창업 후 지금까지 휴가다운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고객들께 예상치 못한 와우모멘트와 만족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가족과 연인, 오랜 친구들에게 많이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아 늘 외롭고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두 번째로 저와 직원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제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게끔 독려하는 과정은 영원한 숙제인 것 같아요. 외식 사업이 ‘1+1=2’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 관리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간극을 최소화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어렵지만 이것이 저의 역할이자 제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할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Q. 푸에르코의 경영철학은
A. 특별한 날, 기분 좋은 날에 생각나는 식당입니다. 부모님과 자식들과 함께, 애인과 뜻깊은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찾는 고깃집이 되고 싶습니다.

Q. 다른 사업도 생각하고 있나요?
A. 외식사업이 재미있고 뜻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멋진 분위기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업보다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제가 잘해왔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5년 내 해외진출’ 혹은 ‘연 매출 500억원 달성’ 등의 정량적인 목표가 있진 않습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땀 흘리고 성장하는 파트너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함께 도전하며 나아가는 멤버들이 많아지는 것만큼 행복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 미래에 저를 보고 꿈을 꿀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이들이 큰 업적을 이뤘다고 인정해주는 순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함께 해주는 직원과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는 가족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기대하며 시작하고, 하루 동안 감사한 일들을 되새기며 잠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왔듯이, 누군가 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연구하고 노력하며 열심히 사업을 운영하겠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