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협찬' 후폭풍…'1위 회사' 20년 만에 밀려났다

입력 2023-06-15 10:33
수정 2023-06-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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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진 버드라이트 맥주가 20여년만에 맥주 시장 매출 1위를 빼앗겼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닐슨 데이터의 분석을 토대로 버드 라이트는 이달 3일까지 한 달간 식료품, 편의점, 주류판매점 등에서 판매된 맥주 중 7.3%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멕시코 맥주인 모델로 스페셜의 매출 점유율은 8.4%로, 버드 라이트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버드 라이트는 2001년부터 미국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지켰으나 '트랜스젠더 협찬'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며 월간 기준으로 20여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버드라이트 제조사인 AB인베브의 주가는 56.57달러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3월 61달러 대비 7%가량 하락했다.

AB인베브는 지난 4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틱톡 인플루언서인 딜란 멀베니에게 버드 라이트를 협찬하고, SNS 이벤트를 벌이는 등의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자 캔맥주 주요 소비층인 보수 성향 남성들이 “PC(정치적 올바름)강요에 진절머리난다”며 불매운동 시작했다. 미국 남부의 한 소비자는 맥주캔을 과녁으로 놓고 총을 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AB인베브 건물에 폭탄테러 위협을 가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AB인베브가 멀베니와 거리를 두면서 논란 진화에 나서자, 반대로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버드 라이트 매출 감소가 계속됐다. 시카고에서 다수의 LGBTQ(성소수자) 바를 운영하는 '투베어스 타번 그룹'은 AB인베브 제품은 물론 AB인베브가 인수한 시카고의 유명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아일랜드' 제품도 모두 매대에서 빼겠다"고 나섰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버드라이트가 올해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버드라이트의 시장 점유율은 9%로, 모델로 스페셜(8%)보다 높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