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극초기 '시드'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원천 IP에 기반한 다매체 콘텐츠 확장 수익모델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콘텐츠 IP 스타트업 디오리진이 133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주도하에 슈미트, 롯데벤처스, 현대기술투자, NH투자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나우IB캐피탈, 기업은행, 라구나인베스트먼트, 구름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 10곳이 참여했다. 자체 IP 개발과 사업 확장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회사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방침이다. 넷마블 출신 창업자디오리진은 넷마블 IP사업팀장 출신인 정재식 대표가 2021년 5월에 설립했다. 지난 5월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 아기유니콘’ 기업에도 선정됐다.
회사는 IP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계관과 사업전략을 구축해 멀티 유저블(Multi-Usable) IP’를 개발·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 영역에서 일관된 IP 경험을 제공해 팬덤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IP로 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설립 1년 만에 누적 수주 금액 80억원을 달성하며 IP 자체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넷마블에프앤씨(F&C) 오리지널 IP ‘프로젝트H’ 개발 △컴투스 ‘서머너즈 워’ IP 사업 및 세계관 개발 △콩스튜디오 ‘가디언테일즈’ 세계관 리뉴얼 △라인게임즈 오리지널 IP ‘GOD12’ 개발 △GFFG 브랜드 IP 사업 등이다.
사업 다각화 목표디오리진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IP 제작뿐만 아니라 글로벌 IP 확보, 최상위 크리에이터 영입, 벨류체인 확대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정 대표가 직접 디오리진의 IP 제작 및 미디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총괄한다. 현대자동차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의 운영을 총괄했던 성대경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글로벌 원천 IP를 확보하고 밸류체인을 확대하는 'IP 홀딩스 사업'을 맡는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이지수 수석팀장은 “디오리진은 하나의 IP 프로젝트를 다매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팀”이라며 “파편화된 매체 환경에 콘텐츠를 IP로 진화시킬 수 있는 적합한 방식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하나의 유니콘 회사가 되기보단 10개 유니콘의 IP를 가진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며 "지치지 않는 꾸준함으로 글로벌 IP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콘텐츠 IP 기업에 뭉칫돈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원천 IP 확보와 단일 콘텐츠의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이 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IP 기업에 뭉칫돈이 몰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2분기에만 하이퍼코믹 콘텐츠 제작사 아크리아스튜디오, 배경음악 IP 회사 뮤팟, 음원 IP 기업 비욘드뮤직, 음원저작권 투자플랫폼 뮤직카우 등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2조5138억달러(약 3201조원)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7위 수준으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4.26% 성장해 864억달러(약 11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