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바라보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정말 ‘힙’한 곳이다. 여기에는 물론 K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스타트업 지놈의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80개 도시 중 서울은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 10위에 올랐다. 15위 파리, 16위 베를린, 18위 싱가포르보다 높은 순위다.
불과 몇 년 전에는 20위권 밖에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베이징에 비해 아직 규제 장벽이 높음에도 이런 평가를 받은 것은 자금조달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덕분이다. 평가항목 가운데 비중이 높은 생태계 전체의 활동성 부문과 시장 진출 부문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 도시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이뤄낸 성과다.
그러면 다른 평가항목에 비해 좋은 성적을 받은 자금조달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동향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트업 투자는 절대 금액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각 나라의 경제력이 다르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스타트업 투자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그래야 그 나라의 성장동력에서 혁신 생태계의 중요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벤처 투자 참여 급증
이 기준으로 보면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1위다. 이스라엘은 2.17, 미국 0.64, 캐나다와 핀란드가 0.18이고 그 뒤를 이어 한국이 0.16으로 5위다. 이 순위를 보면 기술과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련 생태계가 발달한 나라가 상위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 수와 기업당 투자 규모에 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대비 16% 증가한 2474개 기업이 벤처 투자를 받았고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20억원에서 27억원으로 35% 이상 증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정착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금액 총계에서도 2020년 4조3000억원에서 2022년 6조8000억원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확실히 스타트업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 창업 비중 높아져 '긍정적'이런 분위기 속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위험을 감수하고 벤처 투자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개인이 엔젤투자 이외에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간접투자 금액이 2022년에는 2020년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한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벤처 투자 펀드에서 차지하는 투자금액 비중도 두 배 가까이 높아지는 등 개인의 벤처 투자 참여가 늘고 있다. 이런 요소가 반영돼 서울의 혁신 생태계가 세계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 기업 수를 보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기술 창업 비중이 역대 최고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의 혁신 생태계가 생계형에서 미래형으로 그만큼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요약해 보면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스타트업의 혁신 생태계를 잘 조성해가고 있는데 특히 자본시장과 관련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고, 스타트업 기업의 업종도 선진국형으로 나아가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확장의 시간 뒤에는 항상 조정의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는 스타트업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호황을 누린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지금은 아주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난 몇 년간의 확장적 상황 이후 조정 시기에 잘 다져지는 것이 생태계를 더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