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매물가도 '주춤'…곳곳서 인플레 둔화 징후

입력 2023-06-14 17:57
수정 2023-06-15 01:41
미국의 5월 도매 물가가 2년 반 만에 최소폭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도매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더 주춤해지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가 시장에서 일었다.

미국 노동부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올랐다고 14일 발표했다. 전달인 4월 상승폭(2.3%)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시장 전망치(1.5%)에도 밑돌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5월 PPI 상승폭은 2020년 12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작았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하고 산정하는 근원 P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8%로 역시 전월보다 축소됐다.

전날인 13일 공개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오르며 2년2개월 만에 최소폭이었다. CPI에 이어 PPI까지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여러 부문에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징후가 포착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혀온 렌트비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항공료도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주택시장에서 렌트비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수년 만에 주택 임차시장이 세입자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6개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가 집계한 지난달 주택 신규 임차료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 미만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규 임차료 상승률은 두 자릿수였지만 1년 만에 2% 아래로 떨어졌다.

WSJ는 “주거비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임차료 하락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가철마다 급등하던 항공료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5월 CPI에서 미국 내 항공권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3.0% 떨어졌다. 4월(-2.6%)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월 항공료는 13.4% 내려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