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에 공장 건설 가능"…2차전지株 눈물

입력 2023-06-14 17:48
수정 2023-06-15 01:16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주가 14일 일제히 급락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 공장 건설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하자 미·중 패권 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주가 상승을 주도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이날 코스닥지수는 3% 가까이 떨어졌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
에코프로는 이날 10.95% 내린 66만7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10.25% 급락했다. 엘앤에프(-9.24%), 나노신소재(-6.47%), 포스코퓨처엠(-5.09%) 등 다른 2차전지 소재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대장주는 각각 2.97%, 1.48%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2.79% 내린 871.8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의 2차전지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는 0.72% 내린 2619.08에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닥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매도세를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175억원, 2289억원을 순매도했다.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엘앤에프는 외국인과 기관이 총 118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696억원, 4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2차전지주가 급락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독식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배터리 소재 시장에 중국 업체가 직접 진출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폭스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전날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 ‘고션’의 미국 미시간주 양극재·음극재 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단기 악재” vs “장기 조정 각오를”투자자들은 중국 업체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1억8000만달러를 수령한다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계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정부 지원에서 원천 배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매도 보고서’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골드만삭스는 “양극재는 품질이 거의 비슷하고 10년간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에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현 주가의 반 토막 수준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선 시장이 악재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단기 급등에 따라 주가 조정으로 펀더멘털(기초 체력)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의 미국 진출 뉴스가 매도 빌미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공장 건설 뉴스는 지난 4월부터 외신에 거론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