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서비스 로봇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앞다퉈 ‘밑 작업’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직원 180명을 이끌고 일본 로봇 사업의 벤치마킹에 나섰다. SK텔레콤과 KT도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 범위를 대대적으로 넓히고 있어 로봇 시장이 통신업계의 핵심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LGU+, 일본 로봇 시찰에 180명 동원
LG유플러스는 “해외 서비스 로봇 시장을 체험하기 위해 직원 180명을 일본 도쿄에 파견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로봇 부문만이 아닌 사업 부문별 우수 사원을 추려 일본 도쿄의 로봇 상용화 현장을 시찰하기로 했다. 일개 사업이 아닌 전사적 차원에서 로봇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서빙 로봇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의 로봇 참관단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프트로보틱스가 운영하는 로봇 카페인 ‘페퍼 팔러’를 방문했다. 이 카페에선 카메라와 스피커를 탑재한 로봇이 손님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고 주문을 받는다. 주문을 망설이는 고객에겐 메뉴도 추천해준다. 음식 서빙뿐 아니라 매장 청소도 로봇이 도맡아 한다. 자율주행 ‘레벨4’ 수준으로 버스 운영이 가능한 ‘하네다 이노베이션 시티’도 참관단의 방문지에 포함됐다. 레벨 4는 언제 어디서든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의 직전 단계다. 특정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대대적으로 참관단을 꾸린 데에는 서비스 로봇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경영진이 결단이 담겨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연내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물류·배송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관계사인 LG전자, 에릭슨엘지 등과 로봇 사업 협력이 가능해 로봇 제작, 자율주행 기술 및 플랫폼 구축 등에서 사업 속도를 내기에도 수월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62억달러(약 46조원)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26년 1033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는 실외 로봇, SKT는 로봇 키트로 차별화
다른 통신사도 서비스 로봇 시장 쟁탈전에 가세한 상태다. 사업 확장력에선 KT가 반 발짝 앞서 있다. 지난 7일 강남구청과 협약을 맺고 실외 로봇 배송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건물 밖에서 로봇으로 주민들에게 생필품 배송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KT 관계자는 “이미 캠핑장, 아파트 단지 등에서 실외 배송 로봇의 시범 운영을 마쳤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치면 연내 노상에 로봇을 내놓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서빙 로봇과 방역 로봇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공급하고 있다. 이들 로봇을 대당 수십만원 규모의 월 정액제로 임대해 시장을 빠르게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호텔용 실내 배송 로봇, 돌봄(케어) 로봇 등은 B2B(기업 간 거래)로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단계다.
SK텔레콤은 식음료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손을 잡고 올 초 AI 기반 커피 로봇을 출시했다. 이 로봇은 커피를 포함해 20여종의 음료 제조가 가능하다. 대형 카페 운영사와 로봇 상품을 기획해 향후 5년 내에 국내 커피 로봇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엔 사용자 입맛에 맞게 구성이 가능한 ‘로봇 키트’도 선보였다. 4족 보행 로봇에 화재 탐지, 가스 감지, 실내 공간 측정 등에 쓰이는 다양한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해외 경쟁 제품의 5분의 1 수준인 4000만원으로 낮춰 가성비도 확보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