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음' 사라지자…차에 영화관·공연장이 통째로 들어온다

입력 2023-06-14 13:49
수정 2023-06-14 13:51

하이엔드급 오디오에 대형 스크린까지 들어오는 등 차 안이 달라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급화에 힘 쏟으면서다. 전기차는 엔진음, 배기음 등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소음이 사라지는 만큼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음향과 시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 EV9에 브랜드 최초로 5.1채널 사운드시스템을 적용한다. 5.1채널은 6개 채널(5채널+저주파 대역 1채널)을 사용하는 입체 음향 시스템으로, 주로 영화관이나 하이엔드 홈시어터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EV9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모비스와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메리디안이 공동개발한다. 메리디안은 DSP(디지털 신호를 기계장치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집적회로) 기술을 보유해 디지털 음향을 가장 아날로그답게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업체다.

차에 14개 스피커가 탑재돼 정교한 사운드 제어와 세밀한 음질을 구현할 예정. 특히 차체 내부 탑승공간 전체를 스피커 울림통으로 설계해 다이내믹한 사운드 출력을 내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스피커 사이즈와 무게를 최소화해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깊고 풍부한 저음을 강조해준다"며 "내부 공간이 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이며 패밀리카를 표방하는 SUV인 EV9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BMW도 지난해 12월 국내에 선보인 대형 세단 7시리즈 뒷좌석에 31인치 화면을 달았다.

게임을 하거나 온라인에 연결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움직이는 대형 TV인 셈이다. 최대 8K 해상도를 지원하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내장해 별도 기기 연결 없이 직접 구동 가능한 게 특징이다. 화면을 통해 화상회의를 할 수도 있다.

벤츠의 대형 전기 세단 EQS는 운전석과 조수석 앞이 길이 141cm짜리 디스플레이(54인치)로 덮여 있다. 총 3개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하이퍼 스크린'이다. 운전자는 이 화면으로 각종 차량 기능을 제어하고, 조수석에선 사진이나 영상을 보거나 스도쿠 같은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지난달 공개한 신형 E클래스(더 뉴 E클래스)에는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술이 들어간 '수퍼스크린'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운전 중에 조수석 쪽으로 한눈을 팔면 이를 감지해 경고의 의미로 조수석 앞화면이 어두워지도록 하는 기능이다.

더 뉴 E 클래스에는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차량 내부에 있는 음향 공명 변환기를 앰비언트 라이트와 연동해 차량 내부 조명 변화를 통해 사운드를 시각화해준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나오면 조명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흐르는 리듬에는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조명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렉서스는 차량에 탑재되는 오디오 시스템을 미국 오디오 회사 마크 레빈슨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신차 내부 설계에 따라 2000여시간 이상 사운드 시스템을 체크한다. 원본 음악에서 보컬과 악기, 소리, 사운드 위치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해 분리·재구성 후 입체적 음장(音場)을 만들어낸다는 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볼보의 경우 상위트림 모델에 영국 바워스앤윌킨스(B&W)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다. 재즈클럽 모드를 선택하면 전문 사운드 디자이너가 개발한 스웨덴 예테보리 네페르티티 재즈 클럽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 규모는 올해 264억달러(35조원)에서 오는 2032년 590억달러(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30년이 되면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재보다 약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