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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혀온 렌트비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항공료도 떨어지고 있다.
뜨거운 노동시장을 반영해온 대규모 이직 현상도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행진도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입자 우위로 변한 주택시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렌트비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수년 만에 임차 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6개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집계한 미국 주택의 신규 임차료 상승률은 지난 5월에 전년 동기대비 2% 미만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두 자리 수였지만 1년 만에 상승률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부동산 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내 신규 임차료는 1년 전보다 0.6% 하락했다. 신규 렌트비는 임차 계약을 연장하는 기존 렌트비를 선행하는 지표로 간주된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페이지의 제이 파이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임차료가 하락함에 따라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임차료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아직 미국 정부 통계에선 주거비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0.4%였던 4월 상승폭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 동기대비 기준으로는 5월에 주거비가 8%나 상승했다.
WSJ는 기존 임차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들이 많기 때문에 CPI의 주거비 상승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상 6개월 가량 뒤에 민간 부동산 통계 추이가 정부 통계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CPI에서 주거비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WSJ는 "주거비가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임차료 하락이 인플레이션이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大) 퇴직 시대'도, 금리인상도 끝"휴가철마다 급등하던 항공료도 주춤하고 있다.
5월 CPI에서 미국내 항공권 평균가격은 전월 대비 3.0% 하락했다. 4월(-2.6%)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월 항공권 평균가격이 13.4%나 떨어졌다. 호텔을 비롯한 숙박비 상승률은 전월 대비 2.1%였다.
뉴욕타임스(NYT)는 "5월 항공권 가격이 하락했고, 호텔비도 최근들어 작년 대비 훨씬 느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동안 휴가와 여타 경험에 막대한 지출을 한 미국인들이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NN은 이날 '대(大) 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퇴사자 수는 급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에 4770만명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5050만명이 일터를 떠나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올들어 퇴직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존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 수는 전 달에 비해 4만9000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인플레가 조금씩 완화하면서 긴축 필요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그동안 10차례 연속해온 금리 인상을 한차례 건너뛸 것으로 보이고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5월 CPI는 Fed가 (금리 인상) 중단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며 "이 같은 추세가 6월에도 이어진다면 추가 긴축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