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빅테크 성장주의 장기 상승 흐름에 올라타야"

입력 2023-06-14 14:00
수정 2023-06-14 14:48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시장의 강력한 톱타자, 우량 빅테크 성장주의 하반기 선두타자 홈런성장의 희소성과 AI에 기댄 반도체 등의 회복기대로 제대로 탄력받은 테크 성장주의 장기 상승 스토리가 힘을 받고 있다. 5월 말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AI 관련 반도체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의 랠리가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불과 한달여 남은 올해 2분기 전망을 월가의 예상치보다 무려 50% 이상 높게 제시하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챗GPT의 열풍에도 반신반의하던 AI에 대한 기대감이 엔비디아의 실적 가이던스를 통해 매출폭증 가능성으로 확인되면서, 실생활로 들어 온 AI가 단순한 신드롬을 넘어 강력한 성과를 이끌 기폭제가 될 것 임을 투자자들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으로는 최초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의 대열에 합류했다.

반도체/빅테크 등 우량성장주로 맞춰진 투자 초점은 당분간 흐트러질 것 같지 않다. 경기둔화의 우려에도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를 앞세운 반도체 등 빅테크 성장주 중심의 상승 흐름이 이제 기세를 올리며 제대로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연초의 상승 랠리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실적 전망이 하향되고 금리인상이 지속되던 와중에 연착륙과 긴축 종료 기대를 일찌감치 반영하면서 금리하락과 함께 때 이른 강세장이 나타났던 1월의 랠리는 곧이어 상당폭의 되돌림이 뒤따랐었다.

그러나 이번 랠리는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전에 두고 이익 전망이 반등하고 있으며 연속 인상 중단과 함께 긴축 종료 시점은 더욱 가까워졌기에 연초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금리도 다시 올라온 터라 빅테크 성장주들의 의미 있는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우량 빅테크는 가격부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저항감도 낮은 편이다. 엔비디아를 팔았던 기관들이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다시 사들이고 있다는 뉴스는 시사점이 있다.

국채를 중심으로 한 우량채권의 투자 매력도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적으로 발행 증가 우려에 따른 금리상승 부담은 있지만 경기와 물가의 둔화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즉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는 조금 늦춰지고 있을 뿐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동성 흡수 이벤트의 고비가 지나면 연말로 갈수록 인하 기대를 본격적으로 반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특히 국채금리는 짧은 상승을 거쳐 결국 긴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높아진 절대금리와 중기 시계에서 확보된 자본차익 기대로 우량채권의 투자 매력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급등한 가격으로 단기 출렁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불붙은 성장주의 상승탄력과 통화 긴축 종료를 앞두고 다시 높아진 채권의 가격 매력을 활용해 하반기 투자에 대해 더 큰 그림을 스케치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 반복되는 가격등락의 잔파도에 좌고우면할 이유가 크지 않다. 짧게 보지 말고 큰 물결이 주는 기회를 쳐다봐야 할 시점이다.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AI 붐에 집중해서 반등 시동이 걸린 반도체를 중심으로 빅테크 성장주의 장기 상승 흐름 본격화에 대응해야 뒤늦은 후회를 피할 수 있다. 아울러 일시 반등한 금리가 결국 통화 긴축 종료 이후의 채권의 강력한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국채를 비롯한 우량채권 역시 매력이 높아져 있다는 부분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두 달 전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지 스프링어라는 선수가 통산 53번째 리드오프(선두타자, 톱타자) 홈런으로 역대 공동 3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호타준족에 홈런까지 쳐내는 강력한 톱타자는 경기의 방향을 바꾸고 승패를 좌우하는 힘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종범이라는 불세출의 톱타자가 44개의 통산 선두타자 홈런 기록을 남겼다. 전성기 시절 이종범은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최고의 유격수이자 단일시즌 84개를 기록한 도루왕이었으며, 4할에 가까운 타율 및 시즌 홈런 2위 등 경기와 기록을 지배하는 선수였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반기 투자 지도에도 승부를 이끄는 압도적인 리드오프가 등장했다. 우량 빅테크 주도주들은 수익률과 상승비, 회복탄력의 3박자를 골고루 갖추었다. 선두타자 홈런을 팡팡 터트려 승기를 거머쥐며 투자자들을 끌어당기는 이른바 넘사벽 승부사의 귀환이다. 하반기 투자를 위한 큰 그림이 그려졌다. 금융시장의 리듬감을 즐기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면 되는, 축배의 세레머니를 위한 쇼타임은 지금 한창이다.

*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