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혐의로 구속된 육군 부사관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유가족 측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말 육군 모 부대 소속 A(47) 원사를 살인·사체손괴 혐의로 구속하고, 이달 초 군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 유가족 측은 "이 사건 범행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최근 군 검찰에 신상정보 공개를 신청했다"며 "특정강력범죄법에 근거해 피의자 얼굴, 성명, 나이 등을 일반에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유가족 측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회신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께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A씨가 승용차 축대 벽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B씨(41)가 숨지면서다. 하지만 수사 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사고 당시 B씨의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발견된 혈흔은 소량이었던 점, 숨진 B씨 목 부위에서 '눌린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지난달 A씨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A씨가 모포에 감싸진 상태의 B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사고 직전 A씨 차량이 사고 지점 주변을 여러 차례 맴도는 장면도 담겼다.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 부검 결과 B씨 사인은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다만 A씨가 시신 은닉 목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시신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A씨에 대한 혐의를 살인·사체손괴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태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초기 병원에서 만난 경찰관들에게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군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유족 측은 "A씨는 군 당국에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병원으로 B씨를 옮기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며 "B씨는 두 자녀의 엄마로서 자녀 교육과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고 극단적 선택 예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반해 A씨는 평소 빚 문제로 B씨와 자주 다퉜다"며 "B씨 장례식에 일가친척, 직장동료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장례식 직후 군 출신 변호인을 선임해 사건에 빠르게 대응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의 모습보다는 범행을 저지른 뒤 회피하고 방어하는 피의자의 전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