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감독관' 자처한 화학연, 여수에 검증센터 만든다

입력 2023-06-14 09:00
수정 2023-06-14 09:58

"전남 여수에 탄소중립 화학공정실증센터를 연내 준공할 계획입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탄소포집·이용(CCU) 기술과 2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소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이 원장은 화학연 그린화학소재연구본부장, 정보전자소재연구센터장 등을 지내고 올 3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전 2020년~2022년엔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소재부품단장을 역임했다.

이 원장은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0년까지 대부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감축 목표치가 급진적으로 설정됐다는 얘기다. CCU 기술은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아직 경제성이 뚜렷한 경우가 많지 않다. 탄소중립 화학공정실증센터는 이런 CCU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건설되고 있다.

이 원장은 "탄소중립 이슈에 적극 대응 중"이라면서 "울산, 여수 지역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정밀바이오화학 등 국가가 요구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화학연은 1976년 139개 화학 기업이 출연해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1980~90년대 옥시크린, 세제용 제올라이트, 폴리부텐 등을 개발한 주역이다. 1999년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로 소속이 변경되면서 정부 출연기관으로 거듭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해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받는 출연금 1150억원과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 발주 과제 등 1294억원, 민간 기업 수탁과제 186억원 등을 합한 2690억원이다.

화학연은 2000년대 폴리이미드, PVDF불소수지, 극자외선(UV) 포토레지스트 공정 개시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에 주력했다. 최근엔 CCU와 2차전지, 수소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롯데케미칼에 이전했고, 차세대 2차전지로 꼽히는 리튬-공기 전지 내 실시간 가스 분석 기술을 현대자동차에 이전했다. 셀루로오스·키토산 기반 생분해성 고강도 플라스틱 제조 기술은 SKC로 이전했다. 2차전지 음극재로 쓰는 흑연 원료를 석유화학 부산물(잔사유)에서 얻는 기술은 중소기업에 넘겼다.

화학연은 현재 SK온(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 자회사)과 유·무기 하이브리드 전해질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화학연은 기업과 협력 지점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가칭 '소재·부품·장비 상생협력센터'를 완공하기로 했다. 최영민 화학연 부원장은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품을 수요기업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